[과학산책]기후변화와 원자력 수소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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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기후변화와 원자력 수소생산

지구 이상기후를 초래하는 엘니뇨 현상으로 태평양 연안 국가가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가장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을 예고했다. 지난봄부터 계속된 우리나라 가뭄도 엘니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엘니뇨 같은 이상기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에는 국경이 없다. 화력발전소 등에서 방출된 온실가스는 한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국가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2012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6위, 1인당 배출량은 OECD 국가 중 6위에 해당돼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지난 7월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계획 대비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로 6차 계획에 있었던 화력발전소 4기 건설을 대체한 것이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방출이 거의 없는 준청정에너지원이다. 비록 원자력이 후쿠시마 이후 사회적 수용성이 줄었지만 96% 이상 에너지를 수입하고 그 중 85%가 화석연료인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환경에서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인 것은 확실하다.

2013년 기준 원자력은 국내 총에너지의 10.4%를 담당하고 있지만 오직 전력 생산에만 활용되고 있다. 전력수요는 경제 성장률과 연관돼 있으며 기술 발전과 함께 전력 소비 효율도 증가하기 때문에 향후 전력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려면 전력 이외 에너지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원자력으로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한다면 온실가스 방출과 화석연료 사용 감소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다가올 수소경제시대에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고자 2006년부터 원자력수소 핵심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원자력수소란 한국을 포함한 원자력선진국이 개발하고 있는 제4세대 원자로 중에서 안전성이 가장 뛰어난 초고온가스로에서 발생하는 900℃ 이상 열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대량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4년 자주 찾는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2030년 약 80만톤의 수소가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수소는 화학산업단지 등에서 자체 수요를 충당할 목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수요 충당 후 남은 수소를 외부시장에 공급하고 있는데 실제로 사용 가능한 정제 수소는 연간 10만톤 정도다. 2030년 80만톤 수요를 충당하려면 화학산업이 일곱 배 정도 더 성장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진정한 수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전력 에너지믹스를 보면 원자력이 국내 전력 기본수요를 담당하고 다른 에너지원이 변동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수소생산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수소가 기본 수요를 담당하고 에너지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과 태양력으로 추가적인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종 목표로 하는 원자력수소 상용플랜트는 열용량 240만㎾급이며 연간 24만톤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20만톤 수소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100만대가 1년간 사용하는 양이다.

지금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원자력수소 실증사업을 논의할 적절한 시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그동안 개발된 핵심기술에 기반을 두고 2017년 실증사업 착수를 위한 예비타당성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2026년까지 실증로 설계를 완료하고 그 이후 민간공동 투자로 열용량 35만㎾급 초고온가스로 실증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원자력수소가 실증된다면 자원 의존형 에너지에서 기술 주도형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하다. 기술로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원자력수소는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미래세대가 환경과 에너지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원자력수소는 미래를 대비하고 미리 준비해야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다. 수소 공급이 필요하다고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증과 상용화에 10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이 미래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한 원자력수소 실증사업에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한 때다.

김민환 한국원자력연구원 VHTR기술개발부장 mhkim@ka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