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기업공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하는 것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희망가격 이하로 공모가가 정해지는 기업도 많다.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 128개사다. 유가증권시장 14곳, 코스닥시장 77곳, 코넥스시장 37곳이다. 여기에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SPAC를 포함하면 200곳에 육박한다.

문제는 기업 대부분이 하반기 기업공개를 한다는 점이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치고 나서 기업공개를 의결하고 준비절차를 밟다보면 하반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하반기도 4분기에 대다수가 몰려 시중자금이 따라갈 수 없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주식시장도 맥을 못춘다. 공개 예정 기업 스스로 IPO를 미룬다.

11월 이미 6곳이 상장 철회했고 이달 들어서도 잇따른다. 일부는 공모가 확정 과정에서 기대 이하 가격에 놀라 향후 일정을 철회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한 기업공개 확대 정책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말도 나오고 시장이 원하는 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종소 벤처기업은 매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상장요건 완화를 건의해 왔고 정부와 거래소는 시장 요구에 맞춰 문호를 넓혀 왔다. 기술특례상장도 생겼고 코넥스시장을 통해 코스닥으로 입성하는 이전상장 길도 열었다.

자본시장 상장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하는 것이다. 기업은 은행이 아니라 시장에서 당당히 가치를 평가받고 자본을 받아 더 큰 성장으로 주주에게 화답하는 것이 IPO다.
내년에도 더 많은 기업이 증시 문을 두드릴 것이다. 모 투자전문가는 기업공개도 타이밍이라고 했다.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타이밍을 이룰 때 정당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프리즘]기업공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하는 것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