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SW가 지배하는 미래

[KISTI과학향기]SW가 지배하는 미래

2018년부터 SW 교육이 정규교과로 들어온다.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모든 학생이 배우는 의무교육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2014년 정부가 SW 중심사회를 선언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규교과 편성이 전격 결정됐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급하다. 미국 9개 주, 일본, 중국,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은 일찌감치 SW 교육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영국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2014년부터 5세부터 16세까지 SW 교육을 필수적으로 가르치겠다고 선언했다.

어릴 때부터 SW 교육을 하겠다는 거다. 유사 이래 교육계에 이런 ‘호들갑’은 없었다.

이 같은 각 나라의 ‘호들갑’에는 SW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마크 앤드리슨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SW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이유’라는 칼럼에서 SW가 다른 산업을 집어삼킨 사례를 소개했다. 그 뒤로 5년이 지난 지금, SW의 영향력은 당시보다 훨씬 더 커졌다.

이 변화는 예전 산업의 변화처럼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단숨에, 그리고 매우 파괴적으로 진행됐다.

사례는 너무나 많다. ‘카카오톡’은 통신사의 주 수익원이었던 문자 서비스를 집어삼켰다. 배달 앱의 등장으로 광고전단 회사들은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택시 운전사 반발을 일으킨 우버(Uber)는 어떤가? 당장은 정부가 나서 택시 운전사를 보호해 줬지만, 이들의 입지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수년 내에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올 테니 말이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 같은 IT 강자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옥스퍼드대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팀은 ‘20년 내 로봇이 대체할 일자리’를 연구했다. 텔레마케터, 조립라인 생산직, 운동경기 심판, 물류 직원 등은 98~99% 대체할 수 있다. 직업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단순 지식이나 반복적인 육체활동을 하는 기술은 기계와 SW가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분야들에도 SW가 침투해 들어왔다. 경제지 ‘포브스’는 매일 주식 시황 정보 기사 수십 건을 쏟아내는데, 기자 대신 SW가 기사를 쓴다. 간단한 정보성 기사는 기자가 쓴 기사와 SW가 쓴 기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금융상품도 SW가 만든다.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SW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같이 거대한 흐름에 삼켜질 수밖에 없다. SW 교육 취지는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미래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인지하고 SW를 이해하고,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교육자, 의사, 법조인, 심지어 예술가까지! 어떤 직업을 갖든지 SW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교과서는 SW 교육을 ‘컴퓨터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무슨 뜻인가? 컴퓨터는 사람이 내린 지시에 따라 판단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이 판단 기준을 정하고 적절한 명령을 내리는 논리적인 사고가 바로 ‘컴퓨터적인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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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적인 사고는 3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문제(또는 시장의 필요)를 해결할 방법을 설계해야 하며, 다음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코딩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는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 세계로 나올 수 있는 디바이스(스마트폰, PC, 로봇 등)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문제를 해결(상품과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코딩하는 방법,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게 핵심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설계가 더 중요하다. 수학적, 과학적 소양이 충실한 사람이 컴퓨터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을 잘할 수 있다.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시작한 만큼, 교육 현장의 어려움은 심각하다. 가르칠 교사도, 교육 프로그램도, 교구도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탁상공론으로 급하게 만들더니”라는 식의 비난은 자제하자. 부족한줄 알지만 서둘러 시작했다. SW 교육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김정훈 동아사이언스 SW융합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