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음악신탁단체, 디지털 음악시장 혁신을 도와야

[전문가 기고]음악신탁단체, 디지털 음악시장 혁신을 도와야

지난달 26일 법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다른 분쟁을 이유로 부당하게 음원사용 승인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제3자로부터 신탁받아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에 관해 A사에 대한 음악저작물 사용승인을 거절해서는 아니 된다”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낸 음원사용승인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A사 손을 들어줬다. 공익적 지위에 있는 비영리단체가 타당한 이유 없이 음악저작물 사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 판결이다. 새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시도하는 신생 기업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이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혁신적 서비스와 신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전통 방송영역과 디지털 음악 서비스 결합 형태인 웹캐스팅 서비스가 활성화 추세다. MCN과 같은 1인 미디어 성장도 가파르다. 당연히 이같은 혁신과 경쟁이 글로벌 디지털 음악시장 성장을 이끈다.

국내 시장에서도 딩가라디오, 비트, 밀크 같은 새 음악 서비스가 속속 출사표를 던진다. 그러나 아직도 새 방식 음악 서비스에 권리자 단체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새 서비스를 시도하는 기업은 선례가 없거나 제반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과거에 만들어진 규정 중 수익 배분에 있어 가장 불리한 조건에 합의할 것을 요구 받는다. 합의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조차 힘들다 보니 신생 벤처기업은 웬만한 자본력 없이는 음악 서비스 시장 진입이 어렵다. 지난 10년간 IT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혁신적 음악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사업자도 새로운 시도보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비용 절감과 점유율 경쟁이 주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고용이 늘 수도 시장 파이가 커지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음원 권리자는 분배 요율 인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는가?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팬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너무 적은 상황에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러나 한 달에 몇 십 만원도 안 되는 음원 수입에 신음하는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분배 요율이 얼마간 올라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역할은 절대적이다. 음악 서비스 형태에 상관없이 신탁단체 이용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음악신탁단체 제반 규정 제정과 집행에 문화체육관광부 감독을 받도록 법률이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규정상 저작권 신탁단체는 이용약관에 명시된 고의 상습적 저작권 침해나 공정경쟁 방해, 현재 사용료 체납, 그리고 거래질서를 명백히 해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계약거절을 할 수 없다. 기존 징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신규 서비스는 기타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이용 승인을 하고 신속히 징수규정 개정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새 음악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신규 사업자 시장진입을 부당하게 막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행태는 원칙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법원 판결을 계기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기존 시장 질서에 천착해 정상적 새로운 서비스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하기보다 저작권 시장 확대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역할에 더 나서주길 바란다. 대형 음악 서비스 기업이 음악 유통을 겸하는 우리 음악산업 구조상 기존 대형사업자와 경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신규 서비스는 기존 사업자 견제를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규 사업자가 기댈 곳은 신탁관리단체의 합리적 공정성뿐이다. 음악신탁단체가 디지털 음악시장 혁신을 돕는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금기훈 미디어스코프 대표 ghkeum@mediasc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