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위기의 한국 제조업, 뿌리기술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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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위기의 한국 제조업, 뿌리기술부터 바뀌어야 한다

처음으로 고개 숙인 한국 제조업 성장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독일, 일본 등 제조 강국이 저력 있는 성장에 나섰다. 미국은 제조업 재부흥 깃발을 들었고, 중국은 단기간에 세계 공장 역할을 하며 약진했다. 한국은 대조적이다. 세계 25% 국가가 뛰어드는 치열한 환율전쟁으로도 한국 제조업 부진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중국 연·경착륙 문제, 변동성 심한 유가 문제로부터 시작해 내년부터 시작되는 인구절벽, 생산력 감소, 소비 및 재정 절벽 문제까지 첩첩산중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우리 주력산업인 철강, 화학, 기계, 조선 등 분야는 중국과 기술 격차가 없어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 디스플레이 분야도 조만간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 분야도 중국으로 인력 유출과 차세대 패러다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언제까지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짝 반등할 수 있는 건설 및 금융이나, 식음료, 화장품 산업, 지속성장 기틀을 갖추지 못한 서비스 산업과 내수 산업만으로 우리 국가가 생존하기에는 버겁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태동하고 있는 바이오 헬스 산업이 우리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하고 집중 지원·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사실이 있다. 스마트 자동차와 기기, 지능형 로봇, 극한환경 시스템, 신재생 에너지, 융복합 소재 등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소재, 부품, 모듈 등이 순차적으로 잘 개발돼야 한다. 또 최종 제품을 잘 조립할 수 있는 ‘핵심 만들기 기술 기반’을 갖춰 어셈블리, 반제품, 완제품 순으로 제품화해야 한다. 이렇게 제조공정 중 모든 것을 만드는 기술이 바로 뿌리기술이다.

뿌리기술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접합 등 6개 분야로 구성된다. 1000가지 이상 다양한 단위 기술과 공정을 포함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각 기술 구현 방식이나 정밀도, 생산성, 신뢰성, 수익성, 적용 소재 등은 지속적으로 변화하지만 만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뿌리기술 속성이다. 뿌리기술은 최종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겉으로 들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중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마치 신체 기초대사활동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과 같다.

그동안 우리 제조업 성장 근간에는 정보, 자본, 노동, 장비, 기술 등 요소 투입형 전략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요소 투입을 줄이면서도 더 많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 혁신역량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변곡점에 와 있다.

혁신 생태계 전략 틀은 미래산업, 주력산업, 좀비산업 등 칸막이식으로 나눠 각각의 산업정책을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다. 산업생태계 가치사슬과 상호역할을 깊이 이해해 그 생태계 자체를 발전시키는 전략 틀이다. 새롭게 선정한 성장동력산업이 꽃피우는 데 필요한 전·후방기술 및 산업이 연계되고 최종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계하는 기술, 부품을 만드는 기술, 조립하는 기술, 특성을 고도화하는 피드백, 판매 및 서비스하는 기술을 일괄적으로 집약시킬 수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선정된 각 성장동력산업에 지원과 함께 신산업에 들어가는 다양한 중간재와 부품을 만드는 뿌리기술 분야에 전략적인 지원이 투 트랙 전략으로 구사돼야 한다.

뿌리산업계도 힘들다는 인식이 아니라 작지만 혁신적일 수 있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시장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현재 태동 중인 새로운 기술들, 3D 프린팅,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ICT 융합, 신재생 및 에너지 저감 기술, 환경 보호 기술 등이 뿌리기술과 결합해 시대에 부응하는 첨단 신기술로 점진적으로 변신할 것이다. 혁신형 뿌리기술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만드는 기술을 담당하게 된다면 우리 산업 생태계는 다가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아갈 것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소장, smlee@ki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