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팻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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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패`라는 것이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돌 한 점을 번갈아 가며 따낼 수 있는 형태다. 이 형태는 무한 반복될 수 있어 한쪽이 따내면 다른 쪽은 그 돌을 바로 따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다른 곳에 한 수를 둔 뒤 따내야 한다. 이렇게 두는 수를 `팻감`이라고 한다. 패가 나면 팻감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 팻감만 충분하다면 패에서 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크기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대결을 벌일 때 `패`가 알파고의 약점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실제 알파고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패를 피했다. 패는 쉽게 계산해 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를 불러오는 변수다. 이 때문에 `패는 요술쟁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팻감이 필요 없는 패가 있다. `삼패`다. 수상전 중인 돌에 세 개의 패가 발생한 경우다. 서로 번갈아 다른 패를 따내면 같은 모양이 무한 반복된다. 이때는 무승부로 처리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요람`이라고 극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신기술과 기존의 영역이 융합해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최근의 경제 흐름”이라면서 “우리도 세계 경제를 이끌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 때”라며 스타트업캠퍼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스타트업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캠퍼스는 아무리 규모가 커도 결국은 창업 지원 공간일 뿐이다. 스타트업에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 알파고를 만든 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세계 공룡기업 구글이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우리 경제가 삶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팻감 공장만 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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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