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지카바이러스 등 전염병 진단 기술

[과학 핫이슈]지카바이러스 등 전염병 진단 기술

국내에서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어 긴장 상태다. 지금까지 감염병을 진단·치료하는 곳은 병원과 의원이었다. 최근의 감염병 대책은 `원 헬스(One Health)`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메르스 사례를 보면 동물과 인간을 넘나드는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이 나타나 언제든지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 전염병 가운데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일 정도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 그 가운데 75% 이상이 야생동물에서 유래한다. 원 헬스는 신종 전염병 전파를 차단하고 방역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 가축 질병을 사람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 헬스 시스템에서는 병원균을 확인하고 방역하는 장소가 가축농장, 철새 서식지, 도축시설까지 사람과 동물이 접촉하는 곳으로 확장된다. 위험이 큰 감염병일수록 병원 등으로 시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오히려 확산을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감염원을 격리하고 방역하는 조치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병원균을 분석하는 전 과정을 하나로 압축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병원체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과학 핫이슈]지카바이러스 등 전염병 진단 기술

현재 개발된 기술은 다양한 병원체의 전파 경로에 적용할 수 있는 측방유동분석으로, `래피드키트`라고 불린다. 래피드키트는 세균성 질병을 현장에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임신진단 키트 사용법과 유사하다. 원리는 형광물질 등으로 표지된 항체를 이용, 병원체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국립수산과학원 병리연구과가 양식 넙치의 세균성 질병을 현장에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래피드키트를 개발했다. 넙치의 세균성 질병으로는 연쇄구균병(체색 흑화, 안구출혈 증상)과 에드와드병(복부 팽만, 탈장 증상) 등이다. 이 진단 키트는 특별한 장비 없이 현장에서 감염 확인이 가능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래피드키트의 핵심은 특정 단백질만 잡아내는 항체 성능이다. 보통 키트는 현장에서 필요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적은 양의 바이러스는 검출하지 못하거나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면 시약 개선에 긴 시간이 걸리는 기술상의 약점도 있다. 다양한 재료와 칩 설계로 더 정밀한 성능을 구현하는 플랫폼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과학 핫이슈]지카바이러스 등 전염병 진단 기술

우리나라는 래피드키트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을 쌓았으며, 관련 산업도 활성화됐다. 바이오노트사는 발색제 기반의 바이러스 검출 제품을 출시,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형광 기반의 래피드키트 선발 주자인 바디텍메드사도 바이러스 검출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개발 연구도 활발하다. 박현 원광대 교수팀은 조류 인플루엔자용 형광 기반의 래피드키트를 개발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는 생체 시료가 지닌 약한 형광 배경 신호나 기판에서 산란되는 신호를 배제해 더 적은 양의 바이러스 검출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는 래피드키트 진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진단시약 기업이 이들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감염병 시장을 분석한 2013년 리포트를 보면 감염병 진단기술 시장은 앞으로 1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분자진단 시장은 12% 이상의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된다.

병원체 검출에서 중요한 요소는 항체다. 높은 선택성을 보이는 항체쌍을 얻는 과정은 비용과 시간, 분자생물학 기술을 요한다. 동물에 항원을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기존의 방식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많은 연구자가 핵산 기반의 앱타머를 이용, 항체보다 빠르게 새 바이러스를 잡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앱타머를 선택하는 과정은 표적 단백질과 방해 물질을 미리 골라 낼 수 있어 앞으로 항체를 대체하는 진단 소재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항공대, 고려대 등에서 바이러스용 앱타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리앤 제이커스 교수팀은 노로바이러스를 선택해 잡는 앱타머를 발굴해 보고한 바 있다.

감도가 우수한 나노 소자로 바이러스를 검출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항체쌍을 이용하는 래피드키트보다 간편한 구동이나 낮은 가격에 밀려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관희 KIST 박사팀이 나노입자 기반의 고감도 전계효과트랜지스터의 구동부를 분리해 매 측정의 단위 가격을 대폭 줄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래피드키트를 보완하는 차세대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산은 병원균의 유전자 분석으로, 감염질환 진단의 표준 검사법이다. 핵산 검출 기술은 현장 진입 시기가 래피드키트보다 늦었지만 한 번에 10여가지 병원균을 감별·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구현해야 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새 기술 도입이 성공하려면 분석 속도, 비용, 정확성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래피드키트의 핵심은 분자생물학 기반의 항체 개발과 생산 기술의 우수성이었다. 단백질, 핵산 분석 신기술의 중요한 성공 요건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시 현장 환경을 잘 파악해 대응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또 현장진단 기술은 사용 환경에서 안전성, 편의성, 속도와 감도, 가격 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실용성이 확보될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