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꽃놀이패와 호구

정재훈 기자
정재훈 기자

무한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정석이나 호구, 꼼수, 초읽기 등 바둑용어도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바둑 용어 가운데 꽃놀이패라는 것도 있다. 꽃놀이패를 쥔 쪽은 돌을 잘못 두더라도 피해를 보지 않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

지난달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 간 대국은 5번기 내내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둑팬들은 알파고가 아무리 뛰어나도 창의성과 직관력이 필요한 바둑 대결에서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겼다.

사실 이번 대결은 이미 시작 이전부터 승자가 따로 결정돼 있었다. 승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바둑 승패를 떠나 인간과 기계 간 빅 매치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효과도 누렸다. AI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성사된 시점부터 구글은 꽃놀이패를 쥐었다.

대구에 무소속 바람이 거세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 기존의 여당 측 후보들이다. 당선만 되면 복당하겠다고 외친다. `여당을 찍어도 여당이고 무소속을 찍어도 여당`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에는 공약이 아예 사라졌다. 정치, 경제, 산업구조 개편은 안중에도 없다. 이번처럼 공약에 관심 없던 적이 있었는가. 어느 정당이 어떤 정책을 할지 강조하지 않는다. 죄다 심판론이다. 야당이 문제고, 여당이 문제고, 둘 다 문제다.

내일은 투표일이다. 유권자들만 고민스럽다. 어느 후보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나아가 나라 경제를 위해 적절한 정책을 내놨는지 아리송하다. 잘못 찍으면 4년 동안 `호구`가 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