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개미 잡는 `정치 테마주`

[프리즘]개미 잡는 `정치 테마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도가 만들어졌다.

증시에서는 유력 정치인 이름을 딴 테마주가 시장을 흔들고, 선거 결과에 따라 일부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정치 이슈 등으로 급등락하는 이른바 `정치 테마주`에 대한 시장 감시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손바뀜 정도를 측정한 회전율 상위 30종목 가운데 정치인 관련주가 절반을 넘었다.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전문 투기꾼에다 개미투자자까지 몰려들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주식을 사고판 결과다.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유력 정치인 관련 일부 종목은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대다수 종목은 낙마한 정치인의 운명만큼이나 낙폭도 커졌다.

정치인 테마주 대부분은 해당 인물과 직접 연관이 없는 종목이다. 같은 대학을 졸업한 동문이라든가 친인척이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뜬금없는 사실을 이어 붙이기도 하고, 심지어 군대까지 연관을 짓는다.

인터넷 주식카페 등 정제되지 않은 공간에서 쏟아져 나온 정보가 시장을 왜곡한 것이다.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쳐야 할 실적과 수급이 아니라 소문과 억측이 선량한 일반투자자를 현혹해 피해를 주는 현상은 비단 이번 총선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내년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이를 앞두고 여야는 후보 경선에 들어간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국민은 정치와 정치인을 이야기할 것이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어지는 글로벌 악재에 국내 경기의 부진까지 겹쳐 시중에 풍부한 유동 자금이 갈피를 못 잡는 현실에서 다시 테마주에 돈이 몰릴 확률이 높다. 건전한 투자는 시장을 키우고 경제를 살리지만 기업 펀더멘털이 아니라 루머에 의존하는 투자는 시장 이전에 투자자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