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연구장비 활용의 새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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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연구장비 활용의 새로운 세상

지금의 정보통신기술(IT)은 어디까지 왔을까. 무인 전기자동차, 가정용 로봇, 드론에 의한 무인택배 시스템 등 첨단 과학기술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해 만들어 내는 서비스 개발은 점점 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은 IT로 무장한 새로운 문명이 우리 옆에 바짝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역사 사건이었다. 미래 인류가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 공포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지금 IT는 우리가 바라고 상상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IT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를 궁금해 하기보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서 산업화할 수 있을지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와 함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연구 장비 활용에 적용할 서비스를 IT로 하나씩 개발하고 있다. 제우스(ZEUS:Zone for Equipment Utilization Service)라는 이름의 연구 장비 활용 서비스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는 다양한 연구 장비와 시설이 필요하다. 제우스는 전국에 있는 연구자들이 마치 자신의 실험실에 장비와 장비 운영 전문가를 두고 있는 것처럼 필요한 장비를 쉽고 편리하게 바로 사용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연구자들은 연구에 꼭 필요한 장비 구입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걱정한다. 어렵게 예산을 마련해서 장비를 살 수 있게 돼도 어떤 장비를 사야 내 연구에 꼭 맞는 것인지, 장비를 설치하고 나면 어떻게 안정되게 운영할지, 장비가 갑자기 고장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문제의 연속이다. 연구자에게 연구 장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려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런 연구 장비에 대한 어려움을 덜어 주는 서비스를 제우스는 제공한다.

제우스 사이트(zeus.nfec.go.kr)에 들어가면 어떤 장비를 어느 기관 어느 실험실에서 운영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전국의 연구시설과 장비가 검색되고, 장비 정보가 상세하게 공개된다. 내 연구실에서 가까운 어느 곳에 내가 필요한 장비가 있는지를 마치 우리 동네에 피자집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피자를 주문하듯 휴대폰으로 시료 분석을 예약한다. 시료는 택배로 보내고, 분석 결과는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 기기이용료도 온라인 카드결제로 처리한다. 연구자는 장비 관리에 대한 시간과 수고를 덜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제우스는 연구 장비 운영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비 정보를 수집하고, 장비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장비를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 장비 매뉴얼과 함께 전문가 상담 콜센터를 운영한다. 장비를 운영하다가 고장 날 경우 제우스에 신고하면 장비를 점검, 수리할 수 있도록 전국의 장비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가를 연계한다. 장비를 사용한 R&D 사업이 끝나면 쓰지 않는 장비를 많은 공간과 운영비를 감당하면서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제우스 중고장터`에서 장비를 필요로 하는 다른 연구자나 장비 공동 활용 서비스 기관에 이전할 수 있다. 첨단 장비의 안전한 이전을 위한 비용과 전문가를 제우스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도 개발됐다. 휴대폰으로 장비 정보 검색, 장비 예약, 장비 상담 서비스 등 제우스에 개설된 서비스들을 받을 수 있다. 장비 운영자는 장비 운영 일지도 모바일로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알파고가 계속 진화하면서 가공할 능력을 발휘하듯이 제우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IT를 접목해서 좀 더 빨리, 더욱 편리하게 연구 장비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연구 장비 활용 시스템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서비스를 갖추고 다른 나라에 우리 장비 활용 서비스 시스템을 수출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제우스 진화에 속도를 더해 다른 나라의 추격을 따돌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장비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제우스는 연구자들이 연구 장비를 소유해서 온갖 짐을 안고 가기보다는 공유로 편리하게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인식의 변화를 통해 빠른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 제우스가 여는 새로운 세상에 지금 함께 참여해 보자.

권경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NFEC 센터장, khoon@kb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