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실타래를 풀어줄 `시그널` 정부가 보내줘야 할 때다.

[전문가 기고]실타래를 풀어줄 `시그널` 정부가 보내줘야 할 때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시그널`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미제 사건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뤘다. 드라마 내용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무전의 시그널`이다.

과거와 현재의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명의 형사는 무전 시그널에 의해 서로 도와 가며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즉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무전기를 통해 각자의 단서를 공유하고 협력한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 때마다 서로 매번 일정한 시간에 울리는 무전 시그널을 기다리게 되며, 그 시그널이 울리는 순간이 바로 얽혀 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우리 산업계에도 어디에선가의 `시그널`이 간절해 보이는 문제가 있다. 첨예한 대립과 논란을 빚고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M&A) 이슈다. 현재 이 이슈에 대해 방송통신 시장에선 `이용자 편익 증대 vs 이용자 피해` `산업 발전 vs 지배력 강화` 등 상반된 주장이 쏟아지는 등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구체화한 근거나 설명 없이 사실 관계를 호도하는 주장, 타당성이 결여된 의견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시그널`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어제와 오늘, 내일을 폭넓게 조망해 이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건 결국 소비자와 정부의 몫이다. 이번 M&A는 사안이 지닌 무게감만큼 찬반 의견이 모두 존중되고 신중히 고려돼야 하며, 주장은 합리적인 논거와 절차에 기반을 둬야 한다.

그러나 M&A에 대해 제기되는 의견 가운데에서도 반대 주장 측의 상대에 대한 비방이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 경찰은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사안에 집중하다가 결국 사건을 미제로 남기곤 한다. 현재 방송통신 시장도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논쟁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통신사는 물론 지상파까지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됨에 따라 방송통신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투자는 잇따라 멈췄고, 서비스 경쟁은 미약해졌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진화는 이미 가속도가 붙고 있는 반면에 국내 기업은 여전히 변화의 출발선에서 멈춰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대로라면 `성장절벽`에 선 방송통신 시장의 문제 해결은 결국 미제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창조경제의 첨병인 미디어 산업은 양질의 콘텐츠와 이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에서 누적 조회 수 20억뷰를 넘어선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수준 또한 가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이들을 융합해 경쟁력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 자발적 혁신을 통해 미래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려는 기업의 도전을 지지해 줄 필요성이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이동통신 M&A의 경우 평균 심사 기간은 59일이다. 이번 M&A 심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어느덧 5개월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과 케이블TV 시장 1위 사업자 간 M&A가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다만 지금까지 각종 토론회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왔고,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 발전`과 `소비자 후생 증대` 등의 가치가 이론상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소신 있는 결정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무전기 속에서 들려오는 `시그널`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그널`을 들려 줄 이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심사숙고를 바탕으로 소모성 논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소신을 밝혀 주었으면 한다. “과거가 변하면 현재도 변한다.” 드라마 `시그널` 속 주인공의 이 대사처럼 방송통신시장의 오늘을 어떻게 바꿔 어떤 모습의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시그널을 간절히 바라 본다.

김명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atri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