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8000원.

2016년 3월 알파고가 인류 대표 이세돌과 가진 세기의 바둑 대결은 인류의 완패로 끝났다. 이는 인간에게 인공지능(AI)시대 도래에 대한 충격과 두려움을 가져왔다. 1997년 5월 뉴욕에서 열린 인간과 체스챔피언과의 대결과는 또다른 충격이었다. 경우의 수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고 직관력을 요하기에 어떤 컴퓨터(AI)도 당분간 인간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동시에 점점 다가오고 있는 AI시대에 대한 전례없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알파고가 인간을 넘어섰지만(우승했지만) 인류의 바람은 당분간 AI가 정형화된 수준의 작업을 대신할 약한 수준에 머물렀으면 하는 것일 게다.

저자는 먼저 다양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약한 수준 AI와 인간간 공존시대를 무인자동차를 통해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 자아가 있고 정신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 즉 강한 인공지능이 지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또한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대비책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이 책에는 다짜고짜 언제 쯤 되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기계가 인간을 멸종시켜 버릴 것이라는 식의 난폭한 들이대기는 보이지 않는다.

[북리뷰]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저자는 약한 AI시대가 지속될 동안 인류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역사에서 찾아 본다. 고대 로마, 그리고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자동화)혁명인 산업혁명시대에 각국 정부가 펼쳤던 현명한 대처 방법에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

올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된 가까운 장래에 AI가 가져올 산업혁명 4.0에 대한 풍경화를 그리면서 논리적으로 그 대응책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1차산업혁명시대에는 공교육 실시와 정부가 실시하는 부가가치세 제도를 바탕으로 자동화 혁명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젠 창의성을 가진 사람만이 자동화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결론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창의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인류가 상당기간 동안 심리적이고 창의적 성격을 요하는 직업을 가지며 살아간다 해도 약발은 약한 AI시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즉 강한 AI시대 도래 이전까지다.

저자는 결국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강한 AI시대가 도래하면서 기계가 인간보다 우월해질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로봇의 선구자중 한명인 영국 레딩대 케빈 워윅이 이미 19년전에 경고했던 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워윅은 자신의 저서 ‘로봇들의 행진’에서 2050년이면 로봇이 인류를 지배하게 된다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사실처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기계 지배하에서는 한 번 인간이 살 만한 유용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역할이 젊은 사람들에 의해서 훨씬 잘 수행되거나 혹은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되면 그들을 단순히 소각장에 보내 버리면 그만이다.”(기계들의 행진. 케빈 워윅)

하지만 저자는 AI(연구개발, 또는 시대의 도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는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 박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을 수긍하면서 대응책을 내놓고 싶어한다.

저자는 그 실마리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윤리와 규범에서 찾아 보려고 하고 있다. 또한 기계에는 없는 인간고유의 정신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을 끄집어 내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좋은 시나리오는 강한 인공지능이 그나마 ‘지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결론을 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가 미래기계의 평가수준에 맞춰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두가지를 어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인간한테는 많은 문제 들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도 있음을 보여 줘야겠죠. 뭐가 있을까요? 인간이 뇌가 있는 덕분에 ‘정신’이라는 것이 있고 이 정신이라는 것은 아주 어린아이도 세상을 인식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라는 것을 어필해야 합니다...”(p345)

결국 인류는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고 이 기계로부터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인간이 만든 윤리와 규범의 준수에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면 안되고 인간만이 지구를 지배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논제를 제시하고 풀어간 대목에서 독자는 황당한 느낌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인간과 인류의 존재에 대해 성찰을 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