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지어지앙(池魚之殃)

정재훈 전국부 기자
정재훈 전국부 기자

중국 고사성어 지어지앙(池魚之殃)이란 말이 있다.

`연못 속 물고기의 재앙`이라는 뜻으로, 뜻밖의 횡액을 당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말과 통한다.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도 죄지은 기업 때문에 뜻밖의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금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생활용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섞인 제품을 솎아 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모든 생활화학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성분 조사에서 기준치를 넘어서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유·무해를 떠나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화학제품 사용을 아예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불신이 친환경 화학제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제품이면 뭐합니까? 사람들은 무조건 안 믿는 눈치고, 정부가 성분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해서 제품 판매도 못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살균제를 생산하고 있는 한 기업인의 하소연이다. 그가 생산하는 살균제는 정부로부터 수년 동안 엄격한 국내외 성분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즘]지어지앙(池魚之殃)

그 정도로 안전한데 유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못된 기업`으로 취급받는 게 억울하다는 말이다.

많은 인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를 생산해 판매한 기업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인체에 유해한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마땅하다. 사전에 엄격한 관리감독 기준을 만들어 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하지만 독자 기술을 통해 성분 기준치를 만족시키고 인체에 무해한 생활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친환경 기업이 국민 건강을 해치는 나쁜 기업으로 매도되면 안 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국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성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친환경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기르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프리즘]지어지앙(池魚之殃)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