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TV홈쇼핑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려면…

[리더스포럼]TV홈쇼핑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려면…

1995년에 태동한 한국 TV홈쇼핑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왔다. 지난해 7개 TV홈쇼핑, 10개 데이터홈쇼핑 등 총 17개 사업자는 16조원 가까운 매출액과 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소기업의 주요한 판로 역할뿐만 아니라 공공재인 방송을 활용하는 사업자로서 큰 기여를 해 왔다. 방송 부문 매출액에서 약 13%를 차지하는 1조1000억원 이상의 송출수수료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불했으며, 700억원 가까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자별로 중기상품 무료방송 제도, 방송콘텐츠 지원 등 연간 약 300억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12개 국가에서는 26개 홈쇼핑 채널을 운영, `유통 한류`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협력사 관계, 제품 안전 문제 등 더욱 성숙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도 없지 않았다. 이제 성년의 길로 본격 접어든 TV홈쇼핑 산업을 곰곰이 살펴볼 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2개 채널로 시작한 홈쇼핑 산업은 이제 17개 채널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레드오션이 됐다. 지난해 6개 TV홈쇼핑사의 방송 취급 매출액이 2014년에 비해 6.3%, 영업이익은 23.5% 줄어드는 등 산업 성장세는 2014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송출수수료는 연간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은 변동이 없는 등 TV홈쇼핑 사업의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다행스럽게 송출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사업자가 지혜를 모으는 등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시작됐다.

이러한 가운데 TV홈쇼핑 사업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아시아부터 남아메리카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반은 안정된 국내 사업 환경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5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언급했듯이 산업 진흥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규제 방향이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은 TV홈쇼핑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산업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적용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10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데이터홈쇼핑도 산업의 조기 안정 정착을 위해 규제의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 초창기 TV홈쇼핑 사업자들이 손익을 맞추기까지 3~8년이 걸린 점을 고려할 때 사업자들의 창의성이 구현되고 중소기업에 도움되는 사업 환경 조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편 TV홈쇼핑 사업자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은 지난 5년 동안(2011~2015년) 방송 부문 영업이익의 13%로 고정돼 왔다.

지난해처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 정부가 징수율을 소폭이라도 줄여 준다면 사업자 부담 완화와 의욕 고취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물론 TV홈쇼핑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사업 승인권자인 정부에만 기대·요구할 수는 없다. 그동안 여러 차례 TV홈쇼핑 사업자의 자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다행스럽게도 사업자들은 스무 살을 넘으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협력사와 함께 커 가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소비자 목소리 하나하나를 허투루 듣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과 하루하루 새로워지려는 성찰을 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각자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처럼 정부와 사업자 모두 각자가 가야 할 올바른 길로 간다면 TV홈쇼핑의 앞날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질 것이다. 그 길을 통해 수많은 대한민국 중소기업 제품과 청년이 전 세계에 진출하는 미래를 그려 본다. 맨발 투혼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대회를 제패한 박세리 선수, 서양의 전유물이던 피겨스케이팅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 선수, 알파고와 `신의 한 수`를 둔 바둑의 이세돌 9단처럼 TV홈쇼핑 산업이 장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심금을 울리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이근협 한국TV홈쇼핑협회 상근부회장 khlee@kot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