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은둔의 경영자

[프리즘]은둔의 경영자

인터넷·게임 업계에는 유달리 `은둔의 경영자`가 많다. 이해진(네이버), 김범수(카카오), 김택진(엔씨소프트)에서 최근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김정주(넥슨)까지 그들은 좀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라인 상장과 관련해 2년 만에 공식행사에 참석하자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지만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세상일을 피해 숨는다`는 뜻인 `은둔`과 달리 이들은 누구보다 세상일에 적극이다. 활동하는 방식이 여타의 경영자와 다를 뿐이다. 배낭 하나 메고 국내외 고객과 파트너를 찾아다닌다.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자신은 기업의 먼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어 아쉽지만 최악의 규제 환경에도 국내 인터넷·게임 산업을 이만큼 키워 놓았는데 은둔의 경영자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나.

넥슨
넥슨

자기 일을 너무 잘해서일까.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소식은 국내 게임업계에 꽤나 충격을 준다. 친구와의 사사로운 거래에서 시작된 의혹이 `검사 스폰서` 논란이 되고, 이제는 청와대 고위인사까지 엮이는 사태로 커졌다. 단막극인 줄 알았는데 미니시리즈, 장편드라마로 커지는 기분이다.

어떤 의도에서였든 김 회장이 초기 대응 때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둔의 경영자에 대한 선의의 해석이 머쓱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 넥슨 성장 스토리로 출간돼 화제를 끈 `플레이`에서 보인 김 회장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어색해졌다.

넥슨 판교사옥
넥슨 판교사옥

지난 4월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가 생각난다. 사흘 동안 2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경쟁사 개발자도 자유롭게 발표자로 참여하는 등 인상 깊은 행사였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지만 넥슨은 그때 그 활기를 되찾기 바란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