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UHD 시대 도래와 방송산업의 미래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최근 국내 방송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초고선명(UHD) 방송이다. 지금의 고선명(HD) 방송보다 4배 더 선명한 초고화질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UHD 방송은 지난 2014년 4월 케이블TV를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위성방송과 IPTV를 통해 서비스되어 왔다. 하지만 콘텐츠 부족과 아직 낮은 UHD TV 보급률로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UHD TV 판매가 급증하고, 2017년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상파 UHD 방송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재조명 받으면서 침체된 국내 방송 산업에 막대한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IHS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의 해상도별 점유율은 UHD가 절반에 가까운 47.3%로 점유율 38.7%인 풀HD를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UHD 점유율의 급상승은 많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전 세계 TV 시장에서 UHD TV가 빠르게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전 세계 UHD 시장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라 해외 주요 국가들도 UHD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일본은 국가 정보기술(IT)경쟁력 강화를 위해 로드맵 일정을 2년이나 앞당긴 2018년에 8K UHD 본방송을 개시할 예정에 있는 등 UHD 도입에 가장 적극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UHD 서비스를 선도입하고 기술 표준화와 실험방송 및 업계 간 제휴·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방송 시장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유료방송사업자 간에 제로섬 경쟁을 벌여 왔다. 또 해마다 지상파 재송신료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사 간 분쟁이 되풀이되는 등 좀처럼 갈등과 성장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는 다양한 정책 및 기술 규격을 마련하면서 내년 2월 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한 준비 작업에 의욕을 내보이며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 UHD 본방송은 그동안 침체된 국내 방송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UHD 콘텐츠 확대 및 투자가 이뤄지고, UHD TV 판매 확대와 관련 서비스 개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의 새로운 방송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상파 UHD 본방송 추진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UHD 방송 기술 규격을 통해 제한수신시스템(CAS) 기술 적용을 요구하는 한편 유료화가 가능한 양방향 및 신규 모바일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 주파수 대역을 무료로 할당받은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공공 의무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불거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또 지상파 무료보편서비스의 성공 잣대라 할 수 있는 직접수신률이 2005년 23.2%에서 9년 만인 2014년에 6.7%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유료방송 재송신을 배제한 직접 수신만으로는 지상파 UHD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서 지상파 직접 수신율 개선 방안과 별도로 유료방송 재송신을 통한 UHD 서비스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송사업자 간 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 제시와 강력한 실행 의지만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상파 UHD 본방송 추진을 계기로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역할과 의무 및 지원 범위를 명확히 하고, UHD를 포함한 의무재송신의 범위와 대가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관련 분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사들도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보완과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생태계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UHD 시대 도래를 계기로 국내 방송 산업이 시장 파이를 키우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국내 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지, 또다시 갈등과 불신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될지 정부와 관련 업계의 적극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김동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원장 0755kds@kla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