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만만디, 그리고 투명성

[관망경]만만디, 그리고 투명성

`만만디(慢慢地)`. 일각에서는 여유롭고 느긋함으로 해석한다. 반면에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에 느림을 비판할 때 자주 쓰인다. `하세월(何歲月)`과 비슷한 의미다.

만만디는 일본이 청일전쟁 등을 일으키면서 중국인을 비하하기 위해 퍼트린 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중국인 성향이 게으르거나 느린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공기관 업무처리 진도가 느릴 때 만만디가 자주 쓰인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하루가 급한 사안인데 정책 당국은 감감무소식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에 7개월을 소비한 게 대표적이다.

7개월 동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물론 통신방송업계 주요 사업이 올스톱됐다. 답답하기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담당부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정위는 `자료보정` 기간을 운운하며 법정 심사기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2013년 9월 세계 7번째를 목표로 한국형 SBAS 개발을 선언했지만 아직 기술 이전을 위한 외국 업체도 선정하지 못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대표적 만만디 사업이다. 10년 가까이 신규 망 구축이 지연되면서 일선 소방·경찰은 장비 노후화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호소한다. 담당 공무원은 사업이 중단된 2008년부터 신규 기술로 LTE가 결정된 2014년까지 6년 간 복지부동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공공기관 만만디 사례는 이 외에도 허다하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투명성`이다.

[관망경]만만디, 그리고 투명성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 시 외국처럼 불투명성 제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업계 불확실성도 줄었을 것이다. 다른 사례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를 가능한 범위에서 이해 당사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논란이 많은 일일수록 투명성이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