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IP 기술의 진화 그리고 자동화

[전문가 기고]IP 기술의 진화 그리고 자동화

과거 통신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기지국 없이 무선 통신 사업, 구리선 없이 유선 통신 사업이 불가능했다. 막대한 자본이 없으면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이 같은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인터넷프로토콜(IP)이라는 기술 덕분이다. IP 발전으로 1998년에 국내에서 인터넷 전화가 상용화됐다. 방송도 IP로 전송이 가능, 2008년 IPTV 서비스가 시작됐다. IP 덕분에 인터넷 전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별다른 인프라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IP 기술에 힘입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도 각광받고 있다. 2016년의 시스코 글로벌 클라우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콘텐츠가 세계 데이터 센터에 가장 많이 저장된 데이터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북미 시장 인터넷 트래픽 3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OTT 사업자가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통신 사업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TT 업체와의 경쟁에서 통신 사업자가 뒤처지는 가장 큰 이유는 종래의 인프라 중심 사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 사업자는 서비스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화망, 초고속인터넷 망, IPTV망, 무선 통신망이 모두 분리돼 있다. 이는 과거 기술의 한계로, 네트워크 장비가 지원하는 범위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트워크 장비가 비약 발전했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프로그래머빌러티(programmability) 역량을 갖춤으로써 서비스 요구 사항에 맞게 적응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인프라 진화에 따라 운영의 복잡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운영자 역량도 강화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네트워크정의가상화(NFV)가 시장에 논의된 지 3년이 넘었지만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운영자 역량 문제와 관련 깊다.

오죽하면 데브옵스(DevOps)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을까. 데브옵스는 운영자(Operator)와 개발자(Developer) 두 단어가 합쳐진, 운영자와 개발자 중간 정도 수준의 운영자를 의미한다.

시장 변화에 따라 통신 사업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진화된 인프라에서 시의 적절하게 출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오토메이션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해 통신 사업자가 여러 벤더 네트워크 장비에 접속, 하나하나 구성 정보를 설정하고 운영과 과금 시스템과도 연동해야만 했다. 오토메이션 솔루션을 활용하면 전체 인프라의 구성 정보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은 NFV에서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NFV에서는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가 가상화된 서버에서 동작한다. 수요에 따라 일부 서버 리소스를 라우터나 방화벽으로 활용하고, 수요가 줄면 해당 서버 리소스를 배포(release)해서 침입방지시스템(IPS)과 같은 다른 네트워크 리소스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NFV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차세대 인프라를 어떻게 가져갈 지 통신 사업자는 지금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민첩성과 운영 편리성을 확보, 사물인터넷(IoT)이나 5G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통신 사업자 인프라는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와 가상화 인프라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형태 플랫폼으로 운영될 것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한 자동화로 하이브리드 플랫폼의 구성과 운영을 효율화한다면 통신 사업자는 분명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 jaepark@cis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