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6>명품? 사치품이 아니고?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 세라 제시카 파커. 그녀가 신는 신발은 `마놀로 블라니크`다. 세계에서 가장 콧대 높은 구두라 불리는 신제품 가격은 100만원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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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해외 유명 브랜드가 새해 벽두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시장에서 연말이나 연초에 줄줄이 가격을 올린다. 인상 비율은 전체 금액 대비 1~7%. `소폭 인상`이라고 변명한다.

문제는 워낙 비싼 가격이어서 7%만 올려도 몇 만원이 올라간다. 수백만원짜리 가방이라면 한꺼번에 수십만원이 오른다. 일반 브랜드 가방 하나, 구두 하나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이렇게 올려도 소비자는 저항하지 않는다. 명품은 비싸도 되기 때문이다. 극심한 소비 침체에도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을 늘어난다. `명품`이라서 그러려니 하는가 보다.

친구 A는 결혼기념일에 남편으로부터 C사 클래식 백을 선물 받았다. 자신도 “명품 가방을 손에 넣었다”며 감격했다. 성인 남자 손바닥만한 사이즈 가방의 가격은 수백만원이다. 기어코 한마디했다. “네가 들고 있는 건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다, 사치품!”

나는 소비자가 무시로 붙여 대는 `명품` 타이틀이 맘에 들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값비싼 제품에 `명품` 수식을 붙이기 시작했다. 고가 `사치품`은 무조건 명품이 됐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진열되면 `명품` 감투를 썼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사람들은 한두 달치 월급을 내고 가방, 구두, 코트, 시계를 사려고 혈안이 됐다. 제품이 좋아서 명품이 아니라 가격이 높아서 명품이 됐다.

현지인은 `명품`이라 부르지 않는다. 현지인은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나 `사치품(Luxury goods)`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치품에 `명품`이란 칭호를 붙이며 `소장` 개념까지 세트로 묶어 판매한다.

`명품`이란 칭호는 제품 브랜드에서부터 연기자, 가수, 건축물, 음식(명품 떡볶이도 봤다) 등 수시로 붙여댄다. 명품 가치는 `희소성`이라 할 수 있는데 할 말 없을 때 괜히 붙여 주는 수식어 같은 느낌이랄까.

`명품`은 이런 것이다.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유형문화재가 그렇다. 평생을 숙련한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가치. 그런 가치를 대할 때 우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경건해진다. 그것이 `명품`이다.

`명품` 가치를 부여받은 사람을 `인간문화재`라 부른다. `명품`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이미 `가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나 가수 능력을 폄할 생각은 없다. 연기자는 훌륭한 연기, 가수는 뛰어난 가창력을 각종 시상식에서나 그들만의 잔치를 통해 각각 인정받는다.

`사치품`은 말 그대로 분에 맞지 않는, 필요 정도를 넘어선 고가 물품을 뜻한다. `사치품`을 구매하면 구매자는 수준에 맞지 않은 제품을 산 사람이 된다.

사치품을 명품으로 포장하면 이 같은 비난에서 벗어난다. 명품을 구매한다고 말하면 가치를 제대로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으로 여길 테고, 사치품을 비싼 돈 주고 구매하는 허영끼 많은 사람이라는 비난을 덜 받을 테니….

`유구한 역사에 고가의 소재, 철저한 제품 관리, 장인 정신` 어쩌구 해도 `사치품`은 그저 공장에서 찍어 내는 물건일 뿐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짝퉁도 고가 소재, 철저한 제품 관리, 가짜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는 장인`이 공장에서 찍어 낸다.

소비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사치품은 `사치품`이 아니다. 한두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가방을 손에 쥐고 카드빚을 걱정한다면 그것은 `사치품`이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