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괄목상대(刮目相對)

[프리즘]괄목상대(刮目相對)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왕 손권은 그의 장수 여몽에게 무술에는 능하지만 학문을 소홀히 하는 것을 나무랐다. 자극받은 여몽은 학문을 닦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노숙이 여몽을 만났을 때 여몽을 무시하는 말을 했지만 여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식견을 이야기했다. 노숙이 여몽의 학문 진화에 놀라자 여몽은 “선비가 사흘 떨어져 있으면 괄목상대(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괄목상대라는 고사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평가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번 사양산업이란 평가가 내려지면 이를 뒤집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현실로 만든 곳이 있다. 바로 국내 가전산업이다.

세계 가전시장 1, 2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지금은 화려한 선두지만 이들 성적이 계속 좋은 것은 아니었다.

20여년 전에 LG전자는 매킨지의 컨설팅 결과 가전 사업을 매각하라는 제안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도 10년 전에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았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2003년부터 적자가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LG전자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LG전자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시간이 지난 현재 양사의 가전 사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세계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핵심 사업부가 됐다. LG전자는 1분기 가전과 TV사업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며 가전 사업을 되살렸다. 1분기 투자가 늘며 영업이익률이 3.7%로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까지 5.9%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양사 가전 사업의 부활 이유는 하나다. 강한 의지다. 가전 사업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에다 투자와 노력이 더해져 현재의 성과를 이뤘다. 세계 최고 가전업체로 우뚝 선 삼성과 LG는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 대응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다시 시간이 흐른 뒤 삼성과 LG 가전 사업을 얼마나 눈을 비비고 볼 지 기대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