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차기정부 과학기술혁신 행정체계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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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차기정부 과학기술혁신 행정체계에 대한 제언

“헌법을 만드는 것보다 헌법을 운용하는 게 더 어렵다.” 미국 제28대 대통령이자 국제연맹을 창설한 공로로 191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토머스 우드로 윌슨의 말이다.

차기 정부 조직 개편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 조직 개편은 오랫동안 부처가 축적한 조직 역량과 정책 역량을 무력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잦은 정부 조직 개편보다 정부 조직 운용의 효율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과학기술 혁신 관련 부처는 통·폐합과 재결합 등 인위 개편을 거치면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그로 인해 과학기술 중심 사회의 국정 방향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그동안 부침을 거듭해 온 과학기술 행정 체계의 개편은 연구 현장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다행히 유력 대통령 선거 주자가 잇따라 정부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것은 환영할 일이다. 특히 공과와 관계없이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부처라는 이유로 존폐 논란에 휩싸여 있던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불확실한 개편 논의를 매듭지어 안심이다.

미래부에 '과학기술·정보통신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구상은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대응하는 '대한민국호'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행정 체계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된 환경에 대응해 과학기술·정보통신 컨트롤타워 기능이 실질적이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도래에 따라 이른바 '퍼펙트 스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 전담 부처는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혁신 '플랫폼' 구축이라는 미션을 책임지고 담당해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시너지를 통해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대학의 혁신,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창의 인재 양성, 지역 주도 혁신을 위한 든든한 조력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HW)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개별 부처 기능의 미세 조정을 통한 소프트웨어(SW) 개혁을 통해 진정한 과학기술 혁신 전담 부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의 프런티어를 개척하는 기초 연구, 기존 기술과 산업의 한계를 돌파할 원천 연구 등은 과학기술 혁신 전담 부처에서 수행할 때 혁신성과 원천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공무원 또는 정부를 위한 개편이 돼서는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정부의 비효율성을 과감히 드러내고 국민 또는 수요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부처별 또는 사업별로 상이한 연구 관리 방식은 표준화해야 한다. 현재 부처별로 운영되는 18개 연구 관리 전문 기관에 대해서도 각 부처가 이해관계를 떠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무원들도 부처 이기주의를 과감히 혁파하고 전문성과 소통에 기반을 둔 현장 밀착형 서비스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매번 정부 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권마다 내세워 온 구호가 '일하는 정부'다. 이제 불필요한 소모성 정부 조직 개편 논의는 끝내야 한다. 이념 접근이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하는 정부를 위해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를 직시하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건전한 고민과 생산성 논의로 미래를 준비하길 기대해 본다.

조만형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mancho@hn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