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자동차 '레몬법' 도입 시급하다

[전문가기고]자동차 '레몬법' 도입 시급하다

운행 차량 2200만대 시대다. 자동차 리콜제도 시행과 제작 결함 모니터링 작동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고 자동차 운행 안전성이 향상되고 있지만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2003년 자기인증제도로 전면 전환된 이후 자동차 리콜 대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2005~2010년에는 매년 약 20만대, 2013년 이후에는 매년 약 100만대 정도가 리콜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세타2 GDi 가솔린 엔진' 리콜 발표도 늑장 리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 하자·결함 반복으로 인한 교환 및 환불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고수,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권고 효력만 있는 임의 기준에 불과,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다수 국회의원이 자동차 교환·환불 요건을 포함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레몬법'을 발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월 제3차 전체회의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자동차 교환·환불 규정 및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 관련 설치, 중재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다. 자동차 교환·환불에 관한 레몬법 규정을 자동차관리법에 담아내는 형식을 채택, 전환점을 맞고 있다.

레몬법 이미지
레몬법 이미지

레몬법이란 레몬을 오렌지로 알고 구매한 이를 구제하기 위한 법제를 일컫는다. 넓게는 소비재 품질보증제를 뜻한다. 협의로는 주로 자동차의 품질 보증에 관해 정하고 있는 미국의 주법을 말한다.

유럽을 비롯해 뉴질랜드나 싱가포르 등은 자동차의 품질 보증을 일반 소비재와 함께 동일한 입법에서 취급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대부분 회원국이 소비재 매매 및 보증에 관한 지침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의 입법 형태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기본법'에서 다른 종류의 많은 레몬과 함께 '레몬-자동차'를 취급한다.

다음으로 일반 소비재와 달리 자동차를 특별히 취급하고 있는 입법 형태로 미국 각주의 레몬법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일반 소비재의 품질보증법을 연방법 형태로 입법했다. 자세하게는 자동차만큼은 주법 형태로 개별 입법을 취하고 있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미국에서 굳이 이런 독특한 입법 형태를 채택한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가 경험하는 많은 고충과 오류를 이미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 소비자 권리 보호와 실효성이 있는 피해 구제를 위해 교환·환불 근거를 담고 있는 '레몬법'의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이 하루 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레몬법'을 놓고 자동차관리법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독립 입법 형태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하자와 결함의 개념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개정안이 하자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자동차관리법 전반에 대한 개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자와 결함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을 마련, 해석상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하자가 있는 자동차가 인도된 날로부터 1년 이내(2만㎞ 초과의 경우 기간이 지난 것으로 본다)로 한정한 것은 현행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보다 후퇴했다는 주장이다. 횟수와 관련된 중대한 하자는 단 1회가 발생해도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환·환불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뼈대다.

셋째 분쟁 해결 대안 제도로 오직 중재만을 강제하는 것은 소송 절차를 통한 구제를 막게 돼 결국 소비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참여 강제 규정이 필요한 현실에서 관련 규정의 개선이 요구된다.

불량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소비자를 위해 레몬법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하루속히 협의와 조정을 통해 2200만 자동차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에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자원순환 및 튜닝부문 회장) hsy139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