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Ⅲ]이것부터 바꾸자<1>중기벤처...해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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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규제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다. 규제를 잘 디자인하면 오히려 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규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온 유럽연합(EU)은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스마트한 규제를 설계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왔다.

1980년대 초에는 정부가 특정행위를 금지하는 일반적인 '명령' 형태의 규제를 추진해 왔으나, 1980년대 중후반 부터는 '성과 지향적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규제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새로운 규제가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규제영향평가 방법을 개선하는 등 더 좋은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규제가 기술혁신을 촉진한 사례

EU는 1980년대부터 환경 관련 많은 규제를 생성해왔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든 공산품에 에너지 효율성을 표시하도록 했다.

대표 사례가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너지 효율 등급 스티커다. 지금이야 이 규제가 보편화되고 소비자의 스마트한 선택을 돕는 보조 도구로 쓰이고 있지만, 도입 초기에는 기업 반발이 컸다.

주된 이유는 생산 비용 증가와 이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데 반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25년 뒤 EU가 실시한 장기 영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제품 가격은 45% 감소하고 에너지 효율은 60%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혁신 발전도 상당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재생 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됐다.

◇규제가 기술혁신을 저해한 사례

지나친 규제는 기술혁신을 가로막는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EU 규정으로 제정된 '신화학물질관리제도 (REACH)'다. REACH는 평가 및 인가 과정을 거친 등록된 화학 물질만 산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쉽게 말해 검증된 데이터가 없으면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이같은 규제로 대부분의 대형 실험시설이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던 화학물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사용되면서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새로운 제도에 따른 검증 비용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4년 발표된 EU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기술개발 비용과 검증 비용 증가로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었고, 특히 많은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