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교육혁신부터<상>신흥 명문 美 올린공대 가 보니

“우린 '로봇 고래'를 만들 겁니다. 일반 선박이 200마력으로 움직인다면 이 로봇은 2마력이면 충분합니다. 물고기 운동을 모방해 만들기 때문이죠. 로봇 고래는 대서양을 돌아다니면서 수온과 수압, 주변 환경을 측정해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읍니다. 한 번 나가면 3년 동안 항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데이브 배럿 미국 올린공대 교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만들겠다는 로봇 고래는 기업이나 정부가 발주한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아니다. 올린공대 정식 수업 과정이다. 학생 5~6명이 한 팀이다. 로봇 고래 아이디어도 학생 기획에서 나왔다.

올린공대 전경(사진=올린공대)
올린공대 전경(사진=올린공대)

올린공대 수업 대부분이 이 같은 '프로젝트 기반 교수법'으로 진행된다. 올린공대는 2002년 보스턴 근교 소도시 니덤에 문을 연 신흥 공과대학이지만 독특한 교수법으로 일약 '명문' 반열에 올랐다. 매년 1000명 이상 지원하지만 합격자는 90명 남짓이다. 졸업생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곳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이다.

올린공대 모델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공학 교육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다소 실험 학교라는 평가를 받은 설립 초와 달리 이제는 '신흥 명문'으로 자리를 굳혔다. 입학 경쟁률, 졸업생 성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올린공대 졸업생의 초임 연봉은 7만5571달러로 조사됐다. 미국의 공학 전공자 평균 연봉 6만6121달러보다 높다. 졸업 후 진학하는 대학원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가 가장 많았다. 하버드대가 뒤를 이었다. 다른 미국 공대의 졸업률이 50% 미만인 데 반해 올린공대 졸업률은 93%에 이른다. 그만큼 학생의 수업 참여율이 높다.

학과 간 벽을 허문 융합 교육, 실제 결과물을 일궈 내면서 공학 지식은 물론 창의력과 소통 능력까지 기르는 실기 교육이 핵심이다.

빈센트 마노 올린공대 학장은 “올린공대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 담당자가 학생이 업계에서 4~5년 일한 사람 같다는 평가를 한다”면서 “우리 졸업생은 실무에 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에서 동료와 소통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올린공대 수업 방식은 단순 실기 수업이 아니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공학, 과학 지식의 융합 습득에 주안점을 뒀다. 강의실에서 딱딱한 수업을 듣지 않아도 이론보다 생생한 지식을 배운다. 올린공대는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이론 수업의 비중을 10~15%까지 낮출 계획이다.

올린공대 수업 모습(사진=올린공대)
올린공대 수업 모습(사진=올린공대)

'소수 정예' 원칙을 지키는 게 전제다. 올린공대의 교수당 학생 수는 8~9명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전원 면접을 거쳐야 입학할 수 있다. '능동형 학습'에 대한 의지가 평가 주안점이다.

교수진은 MIT, 조지아공대, 스탠퍼드대 같은 유수 대학에서 최고 경력을 쌓은 학자들을 영입한다. 정년(테뉴어) 없이 6년 단위로 재계약한다. 교수는 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언제든 학생의 부름에 응답한다. 혁신가를 위한 '사관학교' 같은 학풍을 갖췄다. 전체 등록 학생 수가 350~400명 남짓이다.

시설 역시 올린공대 수업 방식에 최적화했다. 도서관에는 드릴, 톱 같은 공구가 가득하다. 간단한 작업과 프로젝트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책을 볼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은 따로 마련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했다. 책에 파묻히는 공간이 아니라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공간으로 꾸몄다.

강의동 대부분도 작업실을 연상시킨다. 작업 도구마다 관리자가 지정돼 있다. 관리자 이름과 연락처가 공간마다 비치돼 있다. 신입생도 관리자에게 연락하면 기계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안전 수칙과 작업 시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 것도 이들 몫이다.

마노 학장은 “대학 확장 계획도, 대학원 과정 신설 계획도 없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완전히 새로운 공학교육(brand-new engineering education)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덤(미국)=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공동기획=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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