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강성원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강성원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강성원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자율주행자동차용 프로세서 '알데바란'은 국내 프로세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외국 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고가격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국내 중소·중견기업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습니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은 최근 개발한 알데바란이 국내 프로세서 기반 개발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알데바란은 1와트(W) 안팎의 저전력으로 자율주행차동차의 영상 인식 및 제어 기능을 통합 실행하는 프로세서다. 강력한 1기가헤르츠(㎓) 코어를 9개 장착해 18개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한다. 다양한 영상장비를 소화하고, 자율주행자동차의 필수 영역인 '안전' 부분 신뢰도가 높다. 성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우리 기술로 만든 프로세서 설계자산(IP)이여서 의미가 크다.

프로세서 IP는 각종 첨단 산업 제품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보드, 모듈에 들어가 각종 기기를 제어한다. 문제는 해외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 암(ARM)과 같은 기업이 수십년 전부터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소형기기 분야에서 각광받는 ARM의 경우 기술에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은 이런 프로세서 IP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영세한 중소·중견기업은 IP 활용 제품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특히 이용료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어 고충이 커지고 있습니다.”

알데바란을 이용하면 중소·중견기업이 이런 고충을 한층 덜 수 있다. 이미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한 갖가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알데바란 IP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본부장은 11년 전부터 프로세서 IP 관련 연구에 헌신했다. 조그마한 코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다. 연구의 성공, 기술 효용가치를 의심하는 시선이 가장 큰 고난이었다.

“외부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알데바란 연구를 소개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정말 되겠느냐' '개발하면 누가 써주겠느냐'였습니다. 고된 연구과정보다 힘든 것은 불신의 시선에서 오는 마음의 고통이었습니다.”

연구성과 원동력은 '사명감'이었다. 관련 기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고사하는 것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ETRI가 나서 우리나라기업의 힘이 돼 줘야한다고 여겨 끝내 알데바란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기존 성과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알데바란에 고성능 인공지능(AI)을 담는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다. 항공, 선박,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데바란을 활용할 수 있도록 IP 범용성을 높인다.

강 본부장은 “알데바란이 보인 지금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성능을 높여 우리나라 관련 기업의 고통을 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