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붉은불개미

지난 추석 연휴 부산항을 공포로 몰아넣은 작은 생명이 있다. 외래종 '붉은불개미'가 국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연휴 중간에 6개 부처가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박멸에 나섰다. 사태는 소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아 공포가 남았다. 정부도 최소 2년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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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는 몸 길이가 약 3~6㎜에 불과한 작은 곤충이다. 크기는 작지만 대표적인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분류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 든다. 상륙하는 나라마다 가축, 생태계 피해로 골치를 앓는다. 성향도 공격적이어서 금세 토착종을 밀어내고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불개미 공포가 빠르게 확산된 것은 독 때문이다. 강한 독성 물질과 날카로운 침을 지녔다. 침은 꽁무니 끝에 있다. 이 침으로 사람을 쏴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축 눈을 멀게 해 농가에 피해를 준다. 북미에서는 이 개미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례도 보고됐다.

붉은불개미 침은 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침에 쏘였을 때 느끼는 통증은 불에 덴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심하다. 발진, 과민성 쇼크 때문에 위험하다. 이 같은 독성과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국내 발견 초기 '독 개미' '살인 개미'로까지 불렸다.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논란이 있다. 사태 초기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사람을 쏴 죽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다른 독충에 비해 위력이 월등하지는 않다.

전문가는 붉은불개미 독성이 꿀벌이나 말벌보다 약한 수준이라고 충고한다. 반수치사량(실험 대상 절반을 죽일 수 있는 독의 양) 기준으로 장수말벌보다 독성이 약하다. 장수말벌 독의 반수치사량은 1.6㎎, 붉은불개미 독의 반수치사량은 8㎎이다. 반수치사량은 높다는 것은 생명체를 죽이는 데 그만큼 더 많은 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독의 위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붉은불개미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생태계 피해 때문에다. 번식력이 강하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하루에 알을 1000개 이상씩 낳을 수도 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없애기 어렵다. 농작물 피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시급하게 방역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붉은불개미의 강인한 생명력, 적응력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이 개미의 고향은 남미의 우림이다. 홍수가 잦은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홍수가 나 물이 차오르면 개체들이 뭉쳐 '뗏목'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끈끈하게 연결된 이 뗏목은 몇 주 동안이나 물 위를 떠다닐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남아 다음 정착지에서 결박을 풀고 다시 서식한다.

육지에 도달하면 '개미 탑'을 쌓기도 한다. 탑의 바닥에 굴을 파기 위해서다. 굴에는 개미 왕국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여왕개미와 애벌레, 알을 보관한다. 학계는 이 탑을 굴을 위한 '보호막'으로 보고 있다. 범람을 피해 튼튼한 지하 세계와 굴을 구축할 때까지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붉은불개미가 대표 골칫거리 외래종으로 꼽힌 것은 이런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왕개미가 어딘가 살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당국은 부산 감만부두 일대 방제 후 추가 발견된 개미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내륙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아직 여왕개미 사체를 찾지 못했다.

만일 여왕개미가 지하 깊숙한 곳에 살아 있다면 언제든 다시 창궐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방역 과정에서 땅의 자극을 느낀 불개미떼, 여왕개미가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갔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이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공주개미'의 정착도 심각한 시나리오다. 여왕개미가 대를 잇기 위해 낳은 공주개미가 각자 군락을 이뤄 번식했다면 여러 군락이 형성될 수 있다. 붉은불개미는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번식을 시작하면 내륙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국내에 정착해 우점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