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비둘기와 SI

1988년 올림픽이 열린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상공 오른편에서 날아오른 수십마리의 비둘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경기장에 앉아 있는 수만명의 관중은 일제히 하늘을 나는 비둘기를 보고 환호했다. 비둘기에 대한 환호는 어쩌면 여기까지였다.

[프리즘]비둘기와 SI

오늘날 비둘기는 기피 대상이다. 사람이 주는 모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잘 날지 못한다. '돼둘기'(돼지+비둘기)라는 소리도 듣는다. 지저분하기도 하다. 여학생들은 비둘기가 펄럭이기만 해도 수십미터 멀리 떨어진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보면서 비둘기가 오버랩된다. 과거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비롯해 금융, 유통 등 부문의 정보화를 구현하면서 SI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기업은 앞다퉈 계열사 정보기술(IT) 조직을 통합, SI 계열사를 출범시켰다. 그렇게 출범한 회사가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이다. 오늘날 SI는 기업 기피 대상이다. SI는 시장 악화 주범으로 인식된다. 자연스럽게 대형 IT 서비스 기업은 탈 SI를 외친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도 SI 사업을 그만하고 싶어 한다. 얼마전 한 중견 IT 기업 대표는 더 이상 SI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심지어 SI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로 됐다.

[프리즘]비둘기와 SI

SI는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각기 다른 업무 시스템을 통합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성장 걸림돌로 전락했다. SW산업진흥법 대부분도 SI 사업 규제 내용으로 채워졌다.

SI 산업도 비둘기처럼 인위로 모이를 줬다.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했다. 잘 나는 비둘기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자생력 없는 비둘기만 남아서 돼둘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다행히 이젠 비둘기에게 모이를 함부로 주지 않는다. 비둘기는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SI 산업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