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남극 진출 30년

[과학 핫이슈]남극 진출 30년
[과학 핫이슈]남극 진출 30년

미지의 하얀 대륙.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 지구의 마지막 땅. 펭귄의 왕국, 남극이다. 남극은 아직 '주인'이 없는 천연자원의 마지막 보고다.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를 가장 뚜렷하게 웅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남극 진출 30년을 맞는다. 선진국에 비해 짧은 역사지만 그 동안 이룩한 성과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인류는 아직 남극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성과를 발판 삼아 남극 탐험을 이어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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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보통 지구 축의 남쪽 끝(남극점)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을 말한다. 남극조약은 남위 60도 이남 지역을 포괄한다. 남극 대륙과 인접한 섬, 빙붕 등을 합치면 면적은 약 1400만㎢에 달한다. 지구 육지 표면적의 9.3%에 해당할 만큼 넓다. 북극과 달리 대륙과 산지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 얼음에 덮여 있다.

이는 북극보다 남극이 더 추운 이유이기도 하다. 북극은 해수가 얼어 육지처럼 된 곳이지만, 남극은 육지를 얼음이 덮고 있다. 육지가 바다보다 더 추운 것과 같은 이치다. 남극의 연 평균 기온은 영하 40℃를 밑돈다. 고원 지대는 영하 70~80℃에 이를 만큼 춥다.

남극은 지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추운 곳이자 가장 건조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약 200만 년 동안 비가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도 세, 인간의 접근이 어렵다. 남극을 '하얀 사막'으로 부르는 이유다.

인류는 이 척박한 대륙의 존재를 일찍부터 짐작했다. 16~17세기 작성된 지도에도 남극과 관련된 그림이 존재한다. 이때는 인류가 남극에 닿기 한참 전이다. '지구 남쪽 끝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에서 그려 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 상 최초로 남극권을 탐험한 이는 영국의 제임스 쿡이다. 그는 1772~1775년 남극권을 돌파했다. 1821년에는 러시아의 벨링스하우젠 제독이 남극 대륙에 인류 사상 첫 발을 디뎠다. 남극 탐험사의 가장 극적인 일화로는 로알 아문센(노르웨이)과 로버트 스콧(영국) 간의 남극점 도달 경쟁이 꼽힌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남극 탐험전을 펼쳤다.

스콧은 1901년 남극 탐험에 나섰지만, 남극점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문센은 북극 정복을 노리던 탐험가였지만 경쟁자 피어리가 북극점에 도달하자 목표를 남극으로 바꿨다. 1910년 남극 탐험을 떠나 1911년 12월 14일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스콧 탐험대는 이로부터 35일 뒤인 1912년 1월 18일 남극점을 밟았다. 스콧은 동료 네 명과 돌아오던 길에 조난으로 숨졌다.

20세기 들어 세계는 열강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남극 탐험·점유 경쟁을 펼치다 협력의 길을 택한다. 1959년 12개국이 남극조약을 체결하고 '남극 지역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항구적으로 이용돼야 하고, 국제적인 불화의 무대 또는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인류의 이익'이라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이보다 앞선 1978년 국립수산진흥원이 남극해에서 조사를 수행했고, 1985년 한국남극관측탐험단이 남극 탐험에 성공했다. 1988년 2월 17일 킹조지섬에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기지인 '세종 기지'가 건립됐다. 2014년에는 두 번째 남극기지 '장보고과학기지'를 세운다. 남극 진출 후발국이었지만 30년 만에 세계 상주기지 2곳을 운영하는 세계 10위권 국가로 올라섰다.

남극은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로 불린다. 아직 이곳에 있는 천연자원의 종류와 양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다. 인류가 남극에서 발견한 자원 중에는 우리나라 성과도 있다. 2003년 세종기지가 '가스하이드레이트' 대량 매장지를 발견했다. 물 분자에 가스가 포함된 미래 에너지원이다. 얼음처럼 보이지만 강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의 200배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극은 지구 온난화 영향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연구의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킹조지섬에 위치한 세종기지도 세계기상기구(WMO)의 정규 기상관측소 역할을 한다. 2010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하는 지구대기감시 관측소로 지정됐다. 세종기지 주변에서 8종의 신종 박테리아, 11종의 신종 무척추동물이 발견되는 등 과학 연구 거점으로 각광받는다.

정부는 세종기지 30주년을 맞아 극지 연구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세계 최초 빙저호(빙하 하단이 녹아 생긴 호수) 탐사를 추진한다. 남극 내륙 탐사를 위해 장보고기지를 기점으로 남극점에 이르는 독자 진출로(코리안 루트)를 개척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