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2년 만에 돌아온 폭스바겐 복귀작 '파사트 GT'

정말 오랜만에 폭스바겐 차량을 시승했다. 2년여 만에 한국 시장에 다시 데뷔한 '파사트 GT'가 그 주인공이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복귀작으로 파사트 GT를 선택하며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만큼 파사트 GT의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파사트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1973년 처음 출시된 파사트는 전 세계에서 2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서 시장 탈환에 나선 8세대 파사트 GT는 폭스바겐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유럽형 모델이다. 기존 세대보다 디자인과 성능, 안전 및 편의사양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수상 실적을 올리며 상품성도 입증했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대중적인 모델답게 전체적인 디자인은 깔끔하면서도 무난한 인상이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DNA를 적용해 날렵한 느낌도 가미했다. 전면 LED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평으로 다듬어 차체가 더 넓고 낮아 보인다. 범퍼 위치도 낮아져 보행자 안전성을 향상했다. 입체감을 강조한 토네이도 캐릭터 라인은 다소 밋밋한 디자인에 존재감을 불어넣는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실내는 기존 세대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군더더기 없는 수평 라인 대시보드는 실내를 더 쾌적하고 넓어 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좌우로 길게 펼쳐진 크롬 도금 라인과 아날로그 시계가 고급 세단을 연상시킨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마감했다. 가죽과 플라스틱 등 실내 소재의 부드러운 촉감이 만족스럽다.

넉넉한 실내 공간도 파사트 GT 강점이다. 역대 파사트 모델 가운데 가장 넓은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했다. 폭스바겐은 MQB 플랫폼을 통해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늘리면서도 오버행(차체 끝단부터 바퀴 중심까지 거리)을 짧게 설계해 넓은 실내공간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축간거리가 74㎜ 길어지면서 레그룸도 40㎜ 늘어났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시승차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발휘하는 2.0ℓ TDI 디젤 엔진과 6단 DSG 변속기를 탑재했다. 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 특유의 우렁찬 엔진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공회전 시에는 진동과 소음이 다소 유입되지만, 중저속 이상에선 정숙성이 뛰어난 편이다.

배기량 대비 가속력은 부족함이 없다. 40.8㎏·m에 달하는 토크가 엔진 회전수 1900~3300rpm의 넓은 실용 영역에서 꾸준하게 힘을 끌어낸다. 덕분에 시속 100㎞를 7.9초 만에 도달한다. 고속 직진 안정성도 훌륭하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33㎞에 이른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폭스바겐 제품군 가운데 가벼운 편에 속한다. 도심에서 편안하고, 고속에선 묵직해지는 설정이다. 차체를 지지하는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 방식을 채택해 노면 정보를 정확히 읽으면서도 요철을 편안하게 걸러낸다. 안락한 승차감에 중점을 둔 주행 감각이다.

일상생활에서 편의성도 심혈을 기울였다. 586ℓ의 트렁크 적재량은 2열 시트 폴딩 시 1152ℓ로 증가해 여유로운 수납이 가능하다. 키리스 액세스 스마트키 시스템으로 키를 꺼내지 않고도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는 트렁크 이지 오픈과 전동 클로징 기능도 편리한 기능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실내에 자리한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8인치 멀티-컬러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적용, 스마트폰 주요 기능을 차량의 터치 스크린에서 제어하는 앱 커넥트 기능을 제공한다.

모든 트림에 운전자 취향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을 비롯해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긴급 제동 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트래픽 잼 어시스트 등 다양한 첨단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 파사트 GT.

서울 도심 위주의 시승 후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ℓ당 14~15㎞ 수준을 기록했다. 폭스바겐 차량답게 공인 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잘 나왔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5.1㎞/ℓ, 도심 13.7㎞/ℓ, 고속도로 17.2㎞/ℓ이다.

기존 세대보다 전체적인 상품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기본형 기준 가격은 300만원가량 인상됐다. 최고급형은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파사트 GT는 트림에 따라 4320만~5290만원에 판매된다. 시승차는 전륜구동에 고급 사양을 탑재한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499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