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오존의 정체

[과학핫이슈]오존의 정체

맘 놓고 숨쉬기 힘든 요즘이다. 가장 날씨가 좋은 봄철 주말을 미세먼지로 망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초여름이면 잦아들더니 요즘도 기승이다. 뿐만 아니다. 볕이 따가워지면서 또 하나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오존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에는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시간당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 0.5ppm 이상이면 '중대경보'가 발령된다.

오존은 대기권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의약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그런데 왜 오존을 주의해야할까.

오존은 세 개의 산소 원자로 구성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오존의 90%는 지표면상 약 10∼50km 사이에 있는 성층권내 오존층에 밀집해있다. 천둥으로 인한 전기방전 등 자연현상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자외선 복사로 산소와 오존이 생성,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공기가 자정된다.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 생물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95∼99% 정도 흡수한다.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하는 보호막이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태양으로부터 강력한 자외선이 직접 지표에 도달해 우리 피부에 닿는다. 피부암을 일으키고, 자연 생태계도 교란한다.

냉장고·에어컨 냉매제, 헤어스프레이용 분무제 등으로 쓰이는 프레온가스(CFCS)는 오존과 반응해 오존층을 파괴한다. 세계가 프레온가스 계열 제품 사용을 줄이기로 약속한 것도 오존층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존의 강한 산화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하수 살균, 악취 제거, 농약 분해, 중금속 제거, 유해물질 분해, 세균 사멸, 면역 반응 증진 등에 두루 쓰인다. 반도체 생산공정에도 쓰이고 최근엔 오존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져 의료 분야에도 응용된다.

이런 오존이지만 무방비로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오존의 4대 생성요소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다량 함유된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자외선과 일정 이상의 온도다. 햇빛 세기가 강하고 지속시간이 길 때, 전구물질의 배출량이 많고 바람이 불지 않아 오염물질의 확산이 어려울 때 주로 생성된다. 햇빛이 강한 여름철 오후 2∼5시경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질소산화물은 대부분 일산화질소(NO) 형태로 배출된다. VOCs가 존재하면 대기 중의 오존과 결합하거나 발생기산소(O)와 결합해 이산화질소(NO2)로 변환된다. 다시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받아 일산화질소와 산소원자(O)로 광분해된다. 생성된 산소 원자는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해 오존을 생성한다. 생성된 오존은 일산화질소와 결합해 이산화질소를 생성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오존 농도가 일정 기준 이상 높아지면 사람의 호흡기와 눈을 강하게 자극하고 농작물 성장에도 피해를 준다. 고농도 오존에 노출되면 폐포에 존재하는 신경수용체가 자극을 받아 이들을 감싸고 있는 평활근이 수축되면서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오존에 반복 노출되면 폐에 손상을 입는다. 가슴 통증, 기침, 메스꺼움, 목 자극, 소화불량은 물론이고 기관지염, 심장질환, 폐기종과 천식을 악화시킨다. 폐활량도 감소된다. 기관지 천식환자나 호흡기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에게 특히 위험하다. 농작물과 식물은 수확량이 감소하고 잎이 말라 죽기도 한다.

오존이 위험한 이유는 피해를 막기 어렵고 자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마스크로 어느 정도 거를 수 있다. 오존은 가스 형태로 존재해 마스크를 착용해도 인체에 유해하다. 또 날씨가 맑은 날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기도 어렵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4~2016년 여름철 오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8월 오존 평균 농도가 꾸준히 증가했고 오존주의보를 발령한 횟수도 점점 증가했다. 주의보 발령시간대는 오후 2시에서 오후 6시 사이가 76%로 나타났다. 오존 예보를 자주 파악하고 발생 빈도가 높은 시간대에는 실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효과적 예방책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