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트럼프, 싱가포르 둘째 날 공식일정 소화…실무진은 막바지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오찬을 하는 등 예정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에서는 실무에서 회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CVID)를 요구하며 압박을 계속했다.

파격적 행보를 보여온 미국, 북한 정상들의 '세기의 담판'인 만큼 외신들은 이번이 단계적 협상의 첫 테이블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정오께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 대통령궁 '이스타나'를 방문해 리 총리와 단독회담했다. 이어 양국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총리 초청으로 이뤄진 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싱가포르 간 현안을 논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지원해 준 리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양국 정상이 내놓을 '싱가포르 공동선언문'에 대한 실무진 간 협상도 벌였다. 양측은 장외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담 성과를 내야 하는 미국은 CVID를 이번 합의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시내 JW매리어트 호텔에서 미국 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CVID”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린 비핵화가 북한에게 나쁜 결말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충분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북한주민들을 더 밝고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무기 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에 회담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생화학무기도 다룰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제대로 된 수순을 밟는다면 앞으로 외자유치 등 경제적 기회 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대화가)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명시된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제제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미국 측의 명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에 따른 보상을 둘러싼 정상 간 '담판'이 예상된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만남에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끝내고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타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1분 이내면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즈 소식통에 따르면 두 정상은 공식회담과 별개로 잠시 동안 보좌진 없이 통역사만 두고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북미정상회담이 통상적 정상회담 간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갑작스러운 발표나 반대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한 번 취소하고, 회담장에 다시 복귀한 전례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내 정치적 문제를 해소할 명시적 결과물이 필요하고, 반면에 국제사회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북한의 김 위원장은 경제적 구제책을 넘어선 완전한 체제 안전 보장이 절실하다.

로이터통신에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정상회담에 이어 회담이 예정된 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시나리오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