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일자리 정책, 다시 생각하자(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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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고용 동향에 충격 받은 정부가 내놓은 주된 진단은 생산 인구 감소와 주력 업종 고용 창출력 저하로 일자리 상황이 나빠졌고, 기업과 시장에서 '펌핑'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15일 긴급경제현안간담회에서는 고령층·영세자영업자·임시일용직·도소매숙박업 등 계층 맞춤형 지원을 하는 한편 내수 활력 제고, 필요한 규제 혁신, 재정·세제 지원,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경제부총리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천명했으니 어련할까 싶지만 실상 정책 서클에서 든 느낌은 이런 설명 속에 짜임새 있는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기업과 시장의 '펌핑'을 언급했지만 정작 정부가 분명한 시그널을 시장에 줬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간담회가 열린 지 2주 가까이 지났으니 지금쯤이면 정부가 세부 후속 대책을 마련해 뒀을 법 하다. 발표 전에 몇 가지만 다시 한 번 따져봤으면 한다.

우선 간담회 날 경제부총리가 든 주된 원인은 주력 업종 고용 창출력 저하라는 구조 문제다. 이 판단이 옳다면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선택은 성장과 고용 간 디커플링 해소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생산-고용-소득 간 동조 관계가 깨졌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1995~2010년 전 산업 고용 계수는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런 탈고용을 막을 수 없다면 속도만이라도 늦춰야 한다. 과거의 한계산업이나 산업 구조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탓이다. 탈고용을 늦추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책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그 가운데 우선이다.

두 번째는 따로 노는 생산과 고용을 다시 묶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부품을 수입해 쓰면 삼성과 LG의 고용은 비슷하겠지만 우리 경제 전체의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학자들이 기업 대신 산업을 봐야 한다거나 산업의 가치사슬을 묶어서 볼 때만 일자리 문제가 바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도 이것이다. 이런 리커플링 방법으로 숨은 일자리 하나하나를 찾아내야 한다.

정부가 생각해야 할 세 번째는 시장에 믿음을 주는 정책이다. 최근 패스트푸드점 대세가 되고 있는 키오스크(무인계산기)를 놓고 보자. 기업이나 민간이 신규 고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정책이 일자리 유지에 긍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당연히 키오스크는 는다. 기업과 시장의 펌핑이 부족했다는 푸념이 성급했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탓이다.

네 번째는 미래의 고용을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미래가 R&D와 혁신이 중심 되는 산업과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면 정책의 무게추도 옮겨야 한다. 미래 일자리를 현재의 고용과 바꾸지 않는 참을성도 필요하다. 자칫 청년이 가꿔 가야 할 캐리어 초입의 문턱을 높이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정책에 앞선 것은 부처 간 협력이다. 경제 수장 발표 이후 당연히 따라 나올 법한 관련 부처 대책이 잘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모든 것을 재정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일자리 문제 해결 방법은 럭비 경기처럼 어깨를 맞대고 스크럼을 짜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만든 성장과 고용 간 간극을 줄이려면 이 둘을 다시 묶어야 하고, 정부는 기업과 시장에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부처와 부처 간 주무 부처 따지기나 내 것만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 접어야 한다. 결국 경제부총리가 져야 할 또 하나의 짐은 어떻게 '주장 부처'가 되느냐에 있다고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