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 정책 시시비비]<8>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바란다

[ET교수포럼 정책 시시비비]<8>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바란다

지난달 20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라고 불리는 대학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이 발표된 2017년 3월부터 따진다면 16개월, 2015년 1차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치러진 때부터는 만 3년 만의 일이다.

이날 발표로 4년제 대학 40개교와 전문대 46개교 등 총 86개 대학이 정부 재정 지원과 정원 감축 여부가 걸린 2단계 평가를 받아야 하고, 2단계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예비 자율 개선 대학들도 8월 말 확정 이후에야 2019년도 일반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비록 평가 결과를 놓고 이의 제기나 지역 간 형평성 개선 요구도 있겠지만 이제 지난 1년여 동안의 평가 과정을 한번 되짚어 보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교육부도 학령인구와 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 정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배경 설명은 이제 조금 미뤄 놓고 더 나아져 있을 미래 대학 모습에 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세 가지를 한번 고민해 보기 바란다.

첫째 이번 평가의 장단점을 감안해 좀 더 균형 잡힌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실상 정부가 나설 필요성이 없고, 시장에 맡겨 두면 된다는 시각이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으면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은 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문 닫을 것이라는 논리다. 반대로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고, 애초 산업 근간이 약한 지역 대학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반론도 근거가 있다. 교육부는 사려 깊고 균형 잡힌 기준을 정해야 한다. 나아가 과도한 정원 조정이 대학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

둘째 그동안 축적된 고등 교육 자원을 효과 높게 활용해야 한다. 2단계 진단 대상에 오른 대학은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이 감축될 수 있으며, 여분의 시설과 자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미래 교육은 재교육이나 평생교육·기술훈련을 포함한 사회 교육 수요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교육 수요에 대응해 그동안 축적된 자원이 효과 높게 재배분될 수 있도록 나름의 복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재직자나 전직자에게 교육 바우처를 제공하고, 어디서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제안도 이번 기회에 고려했으면 한다.

셋째 새로운 고등 교육 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3월 발표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 계획'에는 우수 대학 모형으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함께 미네르바대학을 언급했다. 이 가운데 애리조나대의 경우 내부로부터 혁신을 통해 추진될 수 있다면 일종의 스핀오프나 창업 방식도 가능할 수 있겠고, 이것이 바로 미네르나대학을 예로 든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 두 대학이 기본 역량 진단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대학 미래상이라면 고등교육 부문에서 점진 혁신뿐만 아니라 더욱 혁신된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정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교육부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학 기본 역량 진단 의미는 이 과정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고등교육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가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와 대학 입학생이 줄어든다는 것이 주는 함의는 미래 우리나라 교육 수요가 바뀐다는 것이고, 이번 기본 역량 진단이 궁극으로 지향하는 바도 이것이어야 한다. 결국 교육부 고민은 이번 진단 결과 발표를 지나 한 단계 더 나아가고 깊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