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9>국민에게 열린 기본계획이 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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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2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2040년을 향한 국가과학기술 혁신과 도전'이란 부제로 볼 때 2040년을 향한 첫 계획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전과 비교해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도 있었다. 2040년까지 미래 사회 모습을 목표로 제시하겠다고 한 점과 수립 과정에 일반 국민과 연구자 참여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혁신플러스'란 온라인 플랫폼도 개설, 운영됐다.

기본계획이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법정 계획이자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반길 일이다. 단지 그동안 바뀐 환경이나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또 다른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몇 가지 짚어 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기본계획 수립 방식이다. 최근 수립된 기본계획을 보면 절차가 사전 기획연구, 전문가위원회 운영, 관계 부처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 관련 위원회 심의나 상정 등으로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온라인 제안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반 국민이나 대다수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정부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문가를 추천받고 있겠지만 시민사회와 연구계가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개방된 운영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민 의견 수렴을 기본 절차로 강화해야 한다. 비록 공청회란 과정이 있지만 일회성 행사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5월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은 도전 사례 발표와 토크콘서트란 형식을 붙였지만 공청회란 형식을 온전히 벗은 것은 아닌 듯하다.

실상 전문가 가운데에는 기본계획 수립에 일반 국민 의견을 더 적극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SNS 상에 게시된 의견을 빅데이터 분석 방법으로 조사해서 여론 속 통찰력을 발굴하고, 전문가가 과제로 하는 방식으로 미래 연구개발(R&D) 방향을 도출한 사례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꼭 참고해야 할 시도라고 판단된다.

셋째 과학기술 분야 장기 전략 마련이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기본계획 수립과 더불어 중·장기 정책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제4차 계획에 과학기술미래비전(2010년), 미래이슈 분석보고서(2015년), 과학기술예측조사(2017년)를 활용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구체화한 정책 목표라기보다 '2040년의 미래 모습' 정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한번 짚어 봤으면 한다.

넷째 기본계획 수립에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기술이나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지만 과학기술기본법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연차별 시행 계획에 큰 전략 변화를 담기에는 나름의 제약이 있다.

정책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제4차 기본계획은 대통령 취임식이 있은 지난해 5월 10일 즈음에 이미 과제를 발굴하고 있었다. 또 제1차 기본계획은 수립된 지 2년 만인 2003년 5월 수정계획, 2007년 12월 제2차 기본계획도 1년이 지나지 않아 수정된 경험이 각각 있다.

기본계획이 새 정부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것을 좀 더 유연한 정책 수립 과정으로 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이다. 일반 국민 관심과 참여로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전문가 중심인 종래 방식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정부도 기본계획 수립을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판에 박힌 절차로 보면 안 된다. 스튜어드십이 금융 공기업에만 요구되는 덕목이겠는가. 기본계획 수립까지 청지기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지금 정부라면 한번 기대해 보고 싶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