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양자컴퓨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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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이 새로운 국가혁신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신규 사업으로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양자 관련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내년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사업에 60억원을 편성했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중심의 관련 기술 개발, 중국의 양자연구소 설립 등 '양자컴퓨팅 경쟁' 격화에 발맞춘 것이다. 최근에는 KAIST가 정부 지원으로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IT 인력양성 연구센터'를 설립,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 역학에서부터 비롯됐다. 양자 역학은 분자, 원자, 전자와 같이 크기가 작은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분야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역학'과는 다르고 어려운 방법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실제 양자컴퓨터를 구상한 리처드 파인만조차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난해하지만, 세상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이기도 하다. '전자는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상식 밖의 명제도 양자역학에서는 설명가능하다.

이런 양자역학을 컴퓨팅 분야에 적용한 것이 양자컴퓨팅이다. 기존 트랜지스터 게이트 대신에 양자를 연산법칙으로 사용한다.

양자컴퓨팅 역시 양자역학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렵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활용한다. 특히 양자컴퓨팅의 핵심인 큐비트(Quantum bit)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중첩 현상을 이용한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단위인 '비트'가 정보를 0과 1로 나누는 것과 다르다. 이 결과 정보가 동시에 여러 개 상태에 있을 수 있어 수 많은 계산을 동시 수행할 수 있다. 연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 동안 풀기 힘든 문제도 몇 초 내로 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팅은 현재 컴퓨터 시스템을 대체하는 미래 컴퓨터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현재 컴퓨팅 시스템의 한계도 양자컴퓨팅이 필요한 요인이 된다. 현재 컴퓨터 회로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텔 창업주인 고든 무어는 1965년 제안한 '무어의 법칙'을 제안하면서 반도체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업계는 그동안 연산 능력 수요에 발맞춰 미세화 공정으로 회로 집적도를 크게 늘려왔다. 그러나 이것에는 한계가 있다. 집적도가 일정 수준이상 올라가면 회로를 타고 흐르는 전자가 서로 간섭하는 '터널링 현상'이 발생한다. 전자와 신호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양자컴퓨팅은 최적의 경로를 찾는 문제나 암호해독, 시장분석, 유체를 비롯한 복잡계 분석, 자연어 분석 등 고도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연산에 강하다.

특히 주요하게 쓰일 분야는 보안이다. 현재 보안 시스템은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킹 성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런 상황에서 막강한 연산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현존하는 암호체계는 유명무실화된다. 소인수분해, 이산로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알고리즘이 파훼된다.

물론 당장 양자컴퓨팅 구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지난 3월 72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브리슬콘'을 공개했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큐비트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호 의존하는 '얽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한 큐비트에 변화를 주면 나머지 큐비트에도 영향을 준다. 미세한 소음이나 진동으로도 '결잃음' 상태에 빠져 연산에 실패할 수 있다.

큐비트 구현 방법도 확정적이지 않다. 현재 초전도, 실리콘칩, 이온 트랩 등 다양한 기술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어느 것이 높은 효율을 낼 '정답'인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팅 개발에 기여할 영역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