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0>ICT 미래 원천기술에서 해답을 찾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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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나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부하는 지난 1분기 법인세가 전체 법인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이른다고 한다. 이 한 가지 수치만으로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명실 공히 우리의 주력 산업임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잦아진 특허 분쟁이나 그 사이 평준화된 각국의 통신서비스와 인프라를 보며 ICT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아졌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ICT 강국이라는 얘기를 들어 보기 점차 어려워진 듯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올 5월 발표한 'ICT 10대 주요 분야별 기술수준 조사'에 따르면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83.5로 유럽 89.0, 일본 86.9에 뒤처졌다. 82.5인 중국에는 근소하게 앞섰다. 게다가 기술 무역수지 적자도 꽤 큰 규모라고 하니 겉보기에 잘나가는 ICT 산업 민낯이 생각만큼 밝지는 않은 셈이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나서서 ICT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ICT 미래 원천기술 개발'이 해답이기를 바라는 전문가 주문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첫째는 미래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다. 우리 R&D 투자를 '기초-응용-개발'의 세 단계로 구분했을 때 ICT 분야 경우 2016년도 정부 R&D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에 14.8%, 응용 연구와 개발 연구에 71.2%가 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실상 원천 연구는 특성상 기초와 응용의 중간에 있는, 모호할 수 있는 위치지만 부가 가치 창출과 타 기술 분야로의 응용에 길을 터 주는 기능을 하는 만큼 중장기 투자가 담보돼야 한다.

둘째는 미래 원천 기술 분야 선정이다. '원천'이라는 용어는 사물의 근원을 이루거나 물줄기의 시작을 말한다. 샘에서 물이 나와 여러 가닥으로 나뉘지만 결국 큰 강에서 다시 만나듯 ICT 미래 원천 기술 역시 다양한 기술로 파생될 수 있으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합쳐지는 기술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있은 공청회에서 ETRI는 초감각디바이스, 광메타디바이스, 테라헤르츠반도체, 무선통신한계극복, 페타포토닉스, 3D전자기장 같은 11개 분야를 미래 유망 분야로 제안했다. 결국 유망 분야 선정이 핵심인 만큼 그날 비전으로 제시한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이 가능하도록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셋째는 산업과 수요를 내다보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 ICT 개발사에 한 획을 그은 사례를 보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 그 기술을 사용해서 상용화하는 기업, 수요를 만들거나 산업을 조성하는 정부가 긴밀하게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역시 기술과 산업 수요가 잘 조화됨은 물론 협력에 기반을 둔 R&D 수행 전략과 방법도 제안돼야 한다.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에 우리가 성공한 반면에 다른 외국 경쟁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가 우리가 시분할교환기(TDX) 개발 당시 확보한 스위칭 기술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설명에 좀 과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TDX나 CDMA 기술 개발이 우리 정보통신 산업의 태동기 및 성장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다시 ICT 미래 원천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오래된 기사를 보면 TDX 개발 성공으로 우리가 세계 10번째 전자교환기 생산 국가가 됐다고 한다. 그날 이후 세계 10위란 것은 너무 뒤처진 듯 느껴지는 수치가 됐지만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퀀텀 점프였다. 지금 우리 ICT 분야 기술이 세계 10위일 리도, 그보다 못할 리도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최근 위기감을 거울삼아 초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ICT 미래 원천 기술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