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양자세계와 응용기술

[과학산책]양자세계와 응용기술

실생활에서 양자 관련 과학 용어와 내용을 다양하게 접한다. 양자 세계는 입자 최소 단위로 흔히 알려진 원자보다도 더 작은 세계, 극한의 최소 크기인 소우주다. 미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거시 세계다. 최근에 개봉해 많은 인기를 끈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도 미시 세계를 다룬다. 양자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인간의 몸과 장비를 축소, 양자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여정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양자 세계가 일반 시간과 공간 개념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그려졌다.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양자 세계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양자 기술은 산업 분야에서도 폭넓게 적용됐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는 양자컴퓨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불린다. '양자(quantum)'라는 단어는 라틴어 '콴투스(quantus)'에서 유래했다. '얼마나 많이(how much)'라는 뜻이다. 양자역학은 원자 세계를 기술한 학문이다. 전자 같은 작은 입자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연구한다.

그러나 막상 양자 세계를 들여다보면 현실 세계의 관찰, 실험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양자 세계는 우리 직관이나 상식, 심지어 기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양자 역학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다. 양자 역학 특성을 살려 병렬 처리가 가능해지면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실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개발되지는 않았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 화학, 제약, 기계학습, 금융, 물류,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컴퓨터로는 어려운 다양한 분자 구조를 분석,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AI 분야에서도 월등한 연산 능력과 빠른 기계학습으로 목표 성능 수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 포트폴리오 분석이나 복잡한 동선 관리가 필요한 물류 등에서 최적 결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도출하게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교통 정체를 해소하는 등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양자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경우도 있다.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하고, 현재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양자 응용 기술이다.

양자점은 1980년대 초 처음 알려졌다. 당시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이던 루이스 브루스와 알렉세이 예키모프가 1983년과 1984년 잇달아 '화학물리학저널'에 아주 작은 반도체 결정을 발표했다. 이후 마크 리드 예일대 교수가 '퀀텀닷(양자점)'이라고 명명했다.

그 후 양자점 기술은 괄목할 발전을 거듭했다. 양자점 크기 조절을 통해 파란색에서 빨간색 영역까지 광학 특성을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게 됐다. 또 좁은 발색 파장이 부여하는 높은 색 순도, 용매에 용해해서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밝혀지면서 많은 학자와 기업이 양자점에 매력을 느꼈다. 카드뮴과 셀레늄으로 대표되는 양자점과 카드뮴 독성 때문에 대안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인화인듐이 양자점을 대표하는 원료다.

비카드늄계 양자점 또한 발광소자 적용을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양자점을 적용할 수 있는 예로는 태양전지의 광 흡수층, 바이오센서, 광센서, 조명 등이 있다. 특히 최근 디스플레이 적용 연구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 연구 응용 및 상용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기술을 보유했다. 2015년 우리나라 기업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양자점 필름을 붙여 색 재현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제작한 양자점 TV를 시제품으로 출시했다. 이렇게 우리 실생활과 멀게만 느껴진 어려운 과학 세계가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 것은 많은 과학자의 노력 덕분이다. 다양한 양자 세계 연구가 계속돼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동익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astwing33@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