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31>기해년 글로벌 경제 파고를 넘으려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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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새해 첫날 블룸버그통신 경제면 첫머리를 장식한 것도 좋지 않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7년 11월 이후 하락하고 있고, 미국 경제 역시 고용과 소비지출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제조업 PMI 지수는 2009년 12월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017년 2월 7.8이던 것이 지금은 2.8 정도다.

블룸버그 글로벌 12대 경제 지수 가운데 하나인 한국수출지수도 2017년 9월 35.0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점차 하락, 지난해 12월 기준 -1.2 정도다. 중국 경기 후퇴와 미-중 무역 분쟁이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사실 우리 대중국 수출도 1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위축됐다.

정부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말부터 혁신 성장과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새해 우리 경제 사정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점과 결국 혁신 성장이란 과정을 통해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한 듯 보인다.

무엇보다 혁신 성장 추진에서 동력을 찾아야 한다. 2011년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각각 주창할 때 선진국들 적극성엔 공통점이 있었다.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지만 새 패러다임이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기술도 갖추고 있으니 자신의 제조업도 재구축하면서 4차 산업혁명 기반 수요도 창출하는 1석2조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어느 여름날 큰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처럼 4차 산업혁명 물결에 올라타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우리 역시 이런 목표와 비전이 분명할 때 충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추진 계획도 구체화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에 발표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이 로드맵이라고 한다면 그리 볼 수도 있겠지만 이날 발표한 4대 정책 방향과 8대 선도 사업에 총 5조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은 모두가 안다. 실상 인더스트리 4.0도 2011년 초에 처음 발의됐지만 2013년 4월까지도 보완을 거쳤다. 전략 투자 분야별 담당 부처 몫이 남았다면 그것을 모아 몇 차례 발표와 공론화를 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세 번째 혁신 성장 추진의 거버넌스다. 원래 혁신 성장 청사진을 그리는 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몫이었다고 본다. 위원회 출범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 축사엔 이런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후 해가 바뀌어 정부 내에 '혁신성장본부'라는 전담 조직이 구성됐고, 약 한 달이 흐른 후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이 발표됐다.

실상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은 기재부 1차관과 한 민간 최고경영자(CEO)였고, 얼마 전 여기서 있은 일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어쩌면 혁신 성장 추진에 걸맞지 않은 옥상옥 또는 중층 구조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결국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더스트리 4.0의 디자인 원칙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 된 것으로 본다.

2000년대 초반 지식 기반 경제가 처음 대두됐을 때 혁신 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기술·제도·산업 관련 혁신 정책을 통합해야 하고, 뭔지 모를 정책을 헤쳐 나가야 하니 여기에 담을 정책 범위를 정하지 말자는 얘기도 한 것 같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가 지식 기반 경제라는 물결을 잘 활용한 것인지 그에 대한 답엔 자신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이보다 더 큰 범위의 패러다임 변혁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바라건대 세계 일류급 선수에게만 자신의 역량을 보여 줄 큰 파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서핑보드를 찾는다면 혁신 성장에서 생각을 시작해야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