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우주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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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주 공간에서 외부 도움 없이 자급자족하려면 식물 재배가 필수다. 식물은 생존에 꼭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고기를 얻기 위한 동물 사육도 외부 도움이 없다면 식물재배가 꼭 필요하다. 지구라는 기존 생태계를 벗어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에서도 홀로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감자를 재배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최근 우주 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하려는 영화 같은 일이 이슈화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킨 중국이 또 다른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자 했다. 창어 4호의 탐사 로봇 '위투(옥토끼) 2호' 내부에 지구에서 가져간 면화, 애기장대, 토마토, 크레스(샐러드용 갓류 식물) 씨앗을 담아 식물 생육실험을 한 것이다. 달에 도착하는 기간 동안 동면 상태였던 씨앗은 탐사선 착륙 후 물을 공급받아 자라기 시작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중국이 처음으로 '달 표면 식물 재배'에 성공하게 된다.

이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니아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달이나 행성에서는 사례가 없었다.

식물 지근거리에 초파리 알도 함께 담아 식물 생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배설물 거름을 함께 공급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새로운 '미니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야심찬 시도였다.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중국은 15일 면화씨를 발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하루가 채 안 돼 발아 면화씨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낮은 밤 기온이 원인이었다. 달은 대기가 없어 기온 변화가 급격하다. 낮 온도는 100도를 넘기지만 밤에는 기온이 영하 170도까지 떨어진다.

특수용기로 씨를 지키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용기는 높이 18㎝, 지름 16㎝ 크기로 원통형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재 기술로는 달 표면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전문가는 온실과 같이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조건 제공 공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온실 시설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 물,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안이 나올 수 있지만, 고구마를 대표로 들 수 있다. 고구마는 물을 적게 먹는다.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혹독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다.

국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고구마를 가혹한 환경에서 재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교차가 크고 물이 적은 중국 내 사막화 지역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재배 실험에 성공했다. 지금 당장은 우주 환경에서 재배하기 어렵지만 추가 연구를 거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곽상수 생명연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박사는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식물이 외부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고, 각종 시설과 설비를 갖춘다면 가능성이 있다”며 “고구마가 특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