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35>회계 인프라도 남북경협에 고려해야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올해 들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짙어지는 듯하다. 지난해 10월 23일 비준된 '9·19 평양공동선언'은 이보다 앞선 '4·27 판문점 선언'과 비교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포함, 경제협력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도 북한 경제 개방에 대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 평가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0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를 포함해 여러 번 걸쳐 벌어진 남북 경협에 대한 '퍼주기'와 '퍼오기' 논란처럼 남북 경협을 바라보는 시각차와 논쟁은 여전하다.

이런 논쟁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과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남북 경협 사업의 투명성을 담보한다면 이런 시각차를 한층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민간 부문과 마찬가지로 공공 부문에서도 사업의 투명성 확보는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회계 시스템 기반의 신뢰성 있고 목적성이 명확한 회계 정보 제공을 전제로 한다. 실상 지금의 회계 시스템은 과거 단순한 회계장부 기록 수준을 넘어 정보기술(IT) 기반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기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도입된 블록체인 회계에서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추적 가능한 블록체인에 회계 정보를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투명성이 더 한층 높아졌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남북 경협 활성화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협력과 병행해 IT 기반의 회계 인프라 마련도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남북 경협 사업을 사람에 비유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철도, 도로 등 SOC가 골격을 잡는 것이라면 투자는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액 같은 것이다. 회계 시스템을 굳이 신체에 비유하면 혈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혈관이 막히면 혈액이 흐르지 않듯 회계 시스템이란 필요한 곳에 영양분이 잘 흐르도록 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궁극으로 남북 경협이 논쟁을 넘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첫째 앞으로 남북 경협이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 기구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회계 투명성을 사전에 담보해 두는 것이다.

개방·개혁에 성공한 베트남 사례를 보면 시장 메커니즘이 도입되기 전인 1980년 후반부터 이미 IMF 자문에 따라 회계 정책을 개혁했다. 최근 국내외 전문가들이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 통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나 인식이 저간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이런 인식과 논의에도 그러한 경제 통계의 기본 인프라라 할 수 있는 회계 인프라에 대해서는 전문가조차 별다른 제안이나 주장이 없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폐쇄와 재개를 반복해 온 개성공단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남북경협 활성화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 단독보다 국제 합작 투자를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 정교한 계약 관계가 요구되고, 그 도구가 바로 신뢰할 만한 회계 정보와 회계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시각이 다르면 논쟁 역시 피할 수 없다. 종종 논쟁을 가장자리에서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IT 회계 인프라가 시각차를 줄여 성공으로 나아가는데 잠시의 생각거리는 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