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프롭테크 '성장스코어'

지난해 9월 27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는 미국 부동산 스타트업 오픈도어에 4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했다. 오픈도어는 창업 4년 만에 회사 가치가 20억달러(2조2000억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픈도어의 사업 모델은 부동산 매물을 싸게 사서 수리한 후 구입을 원하는 사람에게 되파는 구조다. 한 사이클은 60일 이내에 이뤄진다. 핵심 기술은 주택 가치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이다. 여기에 대출, 보험을 통합 서비스로 제공한다.

부동산에 정보기술(IT)을 합친 산업을 프롭테크라 부른다. 중개·임대부터 투자 및 자금 조달, 프로젝트 개발, 부동산 관리 등 4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관련 기술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모두 담았다. 세계 프롭테크 기업은 4000개를 넘어섰고, 투자 유치액도 78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직방, 다방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스타트업이 매매와 임대 광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 가격과 주변 시세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변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임대관리업과 중개업·감정평가업 겸업이 금지되고, 토지·건물 현황 및 소유 현황 관할이 국토교통부와 대법원으로 나뉘어 있다. 게다가 카풀-택시 갈등처럼 공인중개사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은 오픈도어뿐만이 아니다. 건설 분야 카데라, 공유오피스 위워크, 주택보험 분야 레모네이드, 호텔 분야 오요까지 다양하다. 한국 프롭테크 기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CES 2019를 주최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국제혁신스코어카드' 보고서를 내놨다. 항목별로 A+에서 F까지 등급을 나눴다. 한국은 차량공유 F, 숙박공유 D등급을 각각 받았다. 프롭테크 '성장스코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프리즘]프롭테크 '성장스코어'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