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37>예타면제사업에 대해 다시 묻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총사업비 24조1000억원에 이르는 23개 초대형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면제 사업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예타 면제라는 방법도 방법이지만 사업 규모 역시 막대한 탓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와 학계 중심으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결정에 정부가 내세운 것은 '지역균형개발'이라는 귀에 익은 논리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여러 정부에 걸친 노력에도 해소되지 않은 지역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예타 면제라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 대해 여론은 상반된 두 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우선 이들이 지역 숙원 사업인 만큼 수혜 지역 중심으로 지역 여론만큼은 나쁘지 않다. 반면에 자칫 선심성 사업으로 흐르면 실제 지역 개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환경 파괴 가능성이나 과거 정부에서 한 대규모 토건 사업의 재판을 우려하는 시선도 진영 논리를 떠나 있는 듯 보인다.

그러다보니 예타 면제 실효성과 시급성을 놓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는 방법이다. 예타 면제로부터 얻는 것이 실상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상 '예비타당성조사'란 제도를 효율 높게 수행하기 위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공공투자관리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센터는 4실 9팀에다 만만치 않은 규모의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평균 사업 기간이 10여년이나 되는 장기 사업인 만큼 6개월~1년 소요되는 단기 사업과 공공투자사업의 합리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그동안 정착시켜 온 제도를 건너뛰면서까지 서둘러야 하는지를 지적한다.

둘째는 과정이다. 충분한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가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건의 사업 중심으로 선별했다고 하지만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이나 지역사회 또는 환경 영향을 감안한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냐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면 이런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이야 말로 사업 추진 근거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서 조급한 결정이나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긴 하다.

셋째는 시기와 규모다. 하필 총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23개나 되는 사업을 한꺼번에 발표할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해 중 세부사업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역 숙원 사업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것도 괜한 오해를 부르는 듯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많은 국민이 동의할 만한 어젠다를 국민 공감과 지역사회가 반기는 사업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 첫 삽을 채 뜨기도 전에 논쟁거리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역균형발전이 대통령 공약에도 있는 만큼 진작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고 몇 개 그룹으로 나눠서 통합 예타를 거치는 정도로 추진했다면 이런 시시비비를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으며, 국회의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사업은 결과부터 말하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지역균형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아 온 예타 심사의 경제성 기준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하면서 더욱 타당한 지역사업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기회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과 조사 과정을 밟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지역 숙원 사업을 이제 정치공학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와 함께 안타까움이 앞선다. 자칫 이번 일로 부실 사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거나 지역경제에 두고두고 걱정거리로 남기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