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드론 군집비행

드론 여러 대를 띄워 동시 운용하는 군집비행 기술이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3.1절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드론 군집비행 시연 동영상이 보는 이의 탄성과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항우연이 25일 공개한 영상에서 드론 100대 규모 군집비행을 선보였다. 정밀하게 이동하고 간격을 유지하는 드론으로 '3.1절', '100주년' 문자를 이루고, 태극기와 한반도, 항우연 로고 형상을 구현했다.

항우연이 공개한 드론 100대 군집비행 시연 동영상

영상은 1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218대 드론이 평창 밤하늘을 수놓았던 일화와 당시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 드론은 우리나라 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미국 인텔이 운용했다.

항우연은 이번 영상으로 소개한 드론 군집비행 기술이 인텔을 비롯한 외국 기술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시연에서는 100대 군집비행에 그쳤지만, 드론 하드웨어(HW)만 갖춰지면 인텔이 선보였던 1218대는 물론이고 이론상 대수 제한 없이 드론 군집비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드론 군집비행은 개념은 쉽지만 실제 적용이 어려운 분야다. 각기 드론이 사전에 구성한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게만 하면 되지만 실제 적용에는 갖가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정밀하게 드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드론을 동시 제어하기 위해 외부 환경에 강한 제어기술도 갖춰야 한다. 제어시스템과 드론 간 통신도 끊기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드론 한 대가 아닌 여러 대를 대상으로 수행해야 한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수많은 드론이 위치를 잃고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심지어 충돌하는 일도 생긴다.

항우연이 3.1절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드론 군집비행 시연 모습
항우연이 3.1절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드론 군집비행 시연 모습

항우연은 정밀한 드론측위 기술과 각기 드론이 내장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게 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여러 대 드론을 동시 운용할 수 있게 했다.

드론 측위에는 기존에 쓰던 GPS보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실시간 이동측위 위치정보시스템(RTK-GPS)'을 사용했다. GPS는 하늘 위 인공위성을 이용해 드론과 같은 대상물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RTK-GPS는 대상물 외에 추가로 지상에 설치한 고정형 안테나로 위성 신호를 받아 활용한다. 보정 신호를 드론에 보내 측위 정확도를 극대화 한다. 위치 오차를 센티미터(㎝)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제어시스템, 통신 부분은 새로 구성한 '분산형 시스템'으로 고도화 했다. 기존 중앙 집중형 시스템은 각기 드론에 많은 움직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제어 오차가 생길 수 있고, 제어 대수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에 분산형 시스템은 이미 드론 내 비행 궤적을 담게 해 안정성이 뛰어나다. 드론에 전달해야 할 정보량도 극히 적다. RTK-GPS 기술로 생성한 위치 보정신호만 전달 하면 된다.

드론 군집비행으로 형상화한 태극기 모습
드론 군집비행으로 형상화한 태극기 모습

항우연은 앞으로 이 기술을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이미 기술 이전을 마친 상태고 재난·실종자 탐색, 군사 정찰 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각 드론이 탑재한 센서로 영상을 얻고 이를 융합·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문성태 항우연 인공지능(AI)연구실 박사는 “이번에 공개한 드론 군집비행 시연 영상이 퍼지면서 각계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더 많은 분야에서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많은 기대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