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1>의료 신서비스 육성 방법은 없나

[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1>의료 신서비스 육성 방법은 없나

의료 산업이 다양한 신서비스 시장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영리의료법인 건으로 한층 날 선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외국의 의료 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선택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이해와 사회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정책 효과는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지금을 의료 신서비스 분야 기반을 다질 기회로 생각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세 가지 방향을 조언하고 싶다.

첫째는 인도 차원의 의료 지원에서다. 사실 개발도상국 현지를 찾아가 의료 지원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진을 상주시키거나 의료시설을 상시 운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 만큼 원격 진료 같은 방식을 통해 현지와의 협력으로 진료를 수행하면서 인도 차원의 의료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선진 기술을 적용해 보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가면 어떨까 한다.

둘째는 국내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취약 계층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효과 높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성질환의 경우 상시 및 주기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고령의 취약 계층 보건의료 수요를 지금 같은 공공의료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안정된 보건의료서비스 전달뿐만 아니라 효과 높은 모니터링까지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일컬어지는 신기술이나 서비스 방식을 고려해 봄직한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는 남북 협력 과정에서 인도 차원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로는 남북 협력의 주된 관심이 경제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핵심은 결국 사람과 복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상 북한의 의료서비스는 물론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간접자본(SOC) 역시 대단히 취약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기존에는 보건의료 공급 및 운용체계(OS)가 상당히 잘 발달돼 있었지만 1990년대 경제 부문의 어려움을 거치면서 보건의료 체계나 기능이 악화됐다고 한다.

물론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경제특구 내에 시범으로 보건의료 클러스터를 만들거나 북한의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중증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상급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한 대안일 수 있겠지만 만일 이런 협력 방법이 어렵다면 정보기술(IT)을 이용해서 원격 진료 및 이와 연계된 이동병원 또는 스마트병원 같은 대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여기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들과 그 커뮤니티에 이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확장될 수도 있겠고, 그 결과 현지 의료 시장에 다가설 수 있는 방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한시라도 앞당겨서 신기술을 적용하고 시장을 육성해야겠지만 다수 국민이 동의하고 합의를 이룰 때 비로소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정책도 있다. 의료 신서비스 산업 역시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면 이렇듯 옹호론자와 비판론자 사이에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할 만한 일이, 정책이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 국민의 이해가 늘어나고 사회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시간을 아껴서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 기반을 만들고, 경험을 축적해 둬야겠다. 우리 시민사회도 한 걸음 더 나와서 이 주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용기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번 한 번 미룬다고 영원히 외면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구는 변화를 어떻게 현명하게 수용할지도 우리 사회의 역량 아니겠는가.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