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ITS vs 와이브로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정부와 대기업을 믿고 와이브로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저희가 져야 했습니다.”

국산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와이브로 중계기 개발을 결정한 건 1차적으로 회사의 판단 착오였지만 정부를 믿은 게 위기가 될 지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고 사물인터넷(IoT) 사업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가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는 롱텀에벌루션(LTE)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달 서비스가 종료됐다. 와이브로는 글로벌 이동통신의 주도권을 향한 담대한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전략 부재가 실패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와이브로 진영은 초창기의 3G에 비해 10배 이상 빠르다는 기술력을 과신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대세가 LTE로 이동하는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에서 와이브로 그림자가 보인다면 기우일까. 자율주행자동차 안전을 극대화할 통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무선랜 기반기술인 웨이브와 LTE, 5G 등 이동통신 기반 기술인 C-V2X가 경쟁하고 있다.

이미 웨이브 진영의 고립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업계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등이 웨이브 진영으로 분류되지만 통신 기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삼성전자, LG전자, 퀄컴,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통신사를 비롯해 BMW와 다임러 등 기업이 C-V2X 진영인 5GAA에 공식 합류했다.

C-ITS의 본질은 통신이다. 글로벌 흐름을 보면 어떤 산업과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명백하다. 정부가 웨이브를 고민해도 글로벌 시장은 C-V2X로 가고 있다.

물론 C-ITS 사업의 궁극 목표는 '안전'이다. 국민의 생명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기술이 적합하지 않다면 안전마저 위협받기 마련이다. 기술 진화가 안전까지 보장한다는 사실을 정책 결정권자가 명심했으면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