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오프로드 강자 '지프 랭글러' 매끈한 온로드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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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제조사는 물론 신생 제조사까지 SUV 출시에 열을 올린다. 이 가운데 대다수 SUV는 도심형 차량을 콘셉트로 삼는다. 주중엔 출퇴근용, 주말엔 레저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지프 랭글러가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지프 랭글러가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지프는 해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SUV 가운데 독보적 존재감을 지닌 브랜드다. 군용으로 제작한 사륜구동 자동차가 하나의 일반명사가 된 사례다. 지프 라인업 주력 모델 랭글러는 가장 원조 지프에 가깝다. 비포장도로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자랑스럽게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하는 독특한 SUV다.

지난해 8월 지프는 11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랭글러를 국내에 선보였고, 최근 2도어 모델과 4도어 오버랜드, 파워탑 모델을 추가 출시해 6종의 풀라인업을 갖췄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6세대 랭글러 2도어 모델이다. 시승은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양주까지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여름 랭글러 4도어 모델 시승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도심에서 온로드 성능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지프 랭글러 2도어 루비콘 모델.
<지프 랭글러 2도어 루비콘 모델.>

시동을 걸면 잔잔한 엔진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신형 랭글러는 디젤 없이 가솔린 엔진만을 탑재해 판매된다. 터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진동과 소음은 만족스럽다. 속도를 높이면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들리지만, 각진 차체와 커다란 타이어를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차체가 4도어 모델보다 전장이 줄어들면서 움직임이 한결 경쾌해졌다.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차선을 바꾸기도 쉽고, 주차도 수월했다. 2도어 모델 전장은 4330㎜로 4도어 모델(4885㎜)보다 555㎜ 짧아졌다. 크기는 물론 무게도 줄었다. 공차 중량은 2도어 스포츠 모델 기준 1830㎏으로 동급 4도어 모델(1940㎏)보다 110㎏이나 가볍다.

지프 랭글러 2도어 루비콘 모델.
<지프 랭글러 2도어 루비콘 모델.>

파워트레인 업그레이드는 6세대 랭글러의 가장 큰 변화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인 다운사이징 기술을 접목한 신형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했다. 냉각 기술을 강화하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설계로 효율성 최적화를 추구했다.

제원상 파워트레인 성능은 기존 4도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2.0ℓ 직렬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은 272마력/5250rpm, 최대토크는 40.8㎏·m/3000rpm를 발휘한다. 아울러 상시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일반 도로 주행은 물론 빗길이나 눈길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최적의 주행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프 랭글러가 오프로드 모듈을 넘고 있다.
<지프 랭글러가 오프로드 모듈을 넘고 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었음에도 차체가 짧아지고 가벼워진 만큼 가속 페달을 밟으면 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쉽게 주파하고, 추월도 가볍게 해낸다. 8단 자동변속기는 속도에 따라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준다.

온로드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편안한 설정이다. 차체 앞과 뒤 모두 5-링크 서스펜션을 장착해 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충격을 적절히 흡수한다. 부드럽게 멈춰서는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다만 전고가 높고 광폭 타이어를 장착해 고속에서 차선을 급하게 변경할 때는 차체가 살짝 뒤뚱거렸다. 운전대도 좌우 유격이 있는 편이어서 고속에서는 주의가 필요했다.

지프 랭글러 실내 디스플레이.
<지프 랭글러 실내 디스플레이.>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효율성을 높이면서 가솔린 SUV치곤 괜찮은 연비를 보여줬다. 2도어 스포츠 모델 기준 복합연비는 9.6㎞/ℓ(도심 8.9㎞·고속도로 10.8㎞)이다. 이날 시승에서도 공인 연비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차량에서 내려 외관을 다시 살폈다. 4도어 모델과 디자인 요소는 같지만, 차체가 짧은 2도어 모델이 훨씬 더 원조 지프에 가까운 인상이다. 지프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세븐-슬롯 그릴과 또렷한 얼굴을 완성하는 원형 헤드램프, 멋스러운 사각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지붕은 검은색 3피스 하드탑이 씌워져 있다. 날씨가 좋을 때 수동으로 개방해 오픈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프 랭글러 시트 모습.
<지프 랭글러 시트 모습.>

실내는 높은 전고와 큰 전면 유리창이 확 트인 시야를 제공했다. 특히 복잡한 도심 주행에서 시야가 넓어져 편리했다. 기존 세대보다 넓은 차폭과 낮아진 벨트라인으로 어느 좌석에 앉아도 공간은 넉넉했다. 시트는 1열 2명, 2열 2명 총 4명이 탈 수 있는 구조다. 2열이 비좁진 않지만, 승하차가 불편하기 때문에 주로 2명이 타는 차량으로 적합해 보였다.

시승을 통해 확인한 랭글러 2도어 모델은 매끈하게 포장된 온로드에서도 충분한 가치를 입증했다. 한 단계 진화한 정숙성과 승차감, 효율적인 연비로 기존 랭글러 단점을 극복하며 도심형 차량으로 이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랭글러 2도어 모델 가격은 스포츠 4640만원, 루비콘 554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