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美·中 무역전쟁 CCTV 업체로 번져...국내기업 '기회' 될까

[기자수첩]美·中 무역전쟁 CCTV 업체로 번져...국내기업 '기회' 될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폐쇄회로(CC)TV업계까지 번졌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등 외신은 중국 하이크비전, 다화 등 중국 감시장비 제조업체가 거래 제한 대상으로 심의된다고 보도했다.

거래 제한은 단순히 CCTV 기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능형 CCTV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단순히 중국 주요 기업의 CCTV뿐만 아니라 해당 부품을 사용하는 기업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CCTV 기업을 향한 미국 반응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산 CCTV를 정부에서 퇴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제정된 국방수권법에는 법안이 발효되는 오는 8월 13일부터 미국 내 정부기관에서 중국산 CCTV 등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이미 도입된 제품도 교체해야 한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CCTV 기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만큼 결과는 얻지 못했다. 국내 CCTV 기업 가운데 미국 내 변화를 체감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 세계 1위인 중국이 CCTV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을 장악할 역량은 부족한 형편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중국산 AI칩을 바탕으로 카메라를 제작했다.

국내 한 CCTV 기업 대표는 “중국산 CCTV 퇴출 움직임의 반사이익은 우리 기업의 준비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능형 CCTV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내 업계가 새로운 시장 확대와 함께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이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음을 말해 주는 반증이다.

기업 역량을 모을 때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은 자제하고 하드웨어(HW)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소프트웨어(SW) 등 기술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일본과 미국 CCTV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위해 합종연횡을 준비하고 있다. 필요하면 선두 기업 중심의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기회는 준비되지 않은 기업을 기다리지 않는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