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수출 제재, 냉정하게 보자

[사설]일본 수출 제재, 냉정하게 보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최근 미-중 통상 전쟁과 일본의 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가 공동 작업까지 해 가면서 택한 작전으로 보복해 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면서 “중국,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면서 제조업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의 지적은 통상 분쟁과 외교 갈등 등 주요 현안을 정치적인 이슈로 몰고 가면서 정작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답답할 노릇이다. 현장에 있는 기업인이 보기에 얼마나 한심하면 이런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할까 싶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적한 데는 그만큼 상황도 심각하지만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는 다소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 전후 맥락과 동떨어진 일본의 무리한 처사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난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거나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서 일본을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냉정해야 한다. 박 회장 말대로 일본은 이미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심장부와 같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언급하면서 핵심 소재의 대 한국 수출을 막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포석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사안을 냉정하게 보고 실속 있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해 진영 논리로 공방을 이어 간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정치권,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민·관은 물론 정치권이 힘을 모을 때다. 사분오열된 상황에서는 제 아무리 좋은 처방도 들을 리 만무다. 최소한 반면교사로 삼아 비슷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책임을 묻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