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한국대표단 "수출 규제 철회 요구했다"…日주장 정면반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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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은 13일 일본 측과의 무역협의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등 한국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 전날 도쿄에서 열린 한일 당국 간 첫 실무회의에 참석했던 두 과장은 이날 하네다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측이 규제강화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한 과장은 “(대응조치) 철회요청은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전날 한일 '양자 협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 측에 사실관계의 확인이라는 일관된 취지로 설명을 했다”며 “한국 측으로부터 (규제강화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 과장은 이번 회의의 성격에 대해 “일본 측은 어제 회의가 단순한 설명이라는 입장에 한국 정부가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어제 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므로 협의로 보는 게 더 적당하다는 주장을 관철했다”며 “일본 측의 어제 설명은 30분에 그쳤고 4시간 이상 한국 측 입장과 쟁점에 대한 추가 반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 과장은 또 한국 측에서 추가 협의 요청이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어제) 회의 중 수차례 조속한 협의 개최를 요구했다”며 “구체적으로 오는 24일 정령(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이 완료되는 날 이전 개최를 수차례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오는 24일은 일본 정부가 수출 심사 과정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공고가 끝나는 날이라며 이날 이전에 협의를 개최하자고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고 사실상 거부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과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항의가 없었다는 일본 측 설명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이번 조치가 정당하고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도 아님을 한국 정부가 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또 “일본 측은 한국의 캐치올 제도가 재래식 무기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 문제가 크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며 “이에 대해 한국에선 법령상 재래식 무기도 수검 대상이라고 설명했고 일본 정부 이해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부연했다.

캐치올 제도는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규제다.

그는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국 측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 과장은 “이번 회의를 단순 설명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수출규제가 양국 산업계는 물론 전 세계 글로벌 체인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일본 측이 이 문제를 해결할 자세가 없다는 의사라고 반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수출되는 불화수소의 유엔 제재 대상국 유입설과 관련해선 수출관리 상의 부적절한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본 측이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과장은 “어제 회의에서 일본 측은 불화수소 등 3개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등이 이번 수출규제 강화의 배경이라고 했는데, 일부 언론이 제기한 북한이나 제3국으로의 유출은 그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 과장은 이어 일본 측이 한국 관리 제도의 미비점을 계속해서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미비한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제한과 관련해 한국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 일본 수출기업의 문제라고 얘기했다는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기본적으로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는 프로세스상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