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 피 말리는 전쟁, 모기 '씨 말린다'

[과학핫이슈] 피 말리는 전쟁, 모기 '씨 말린다'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 매년 인류 사망원인을 분석해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을 골라 소개하는 게이츠 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1위가 모기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뇌염 등을 다양한 질병을 옮기며 인류를 생명을 위협한다. 연간 약 70만명 이상이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 질병인 말라리아만 놓고 봐도 WHO가 펴낸 보고서 기준, 2017년 2억1900만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43만5000명이 사망했다.

과학계가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질병을 예방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직접 모기 개체를 없애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최근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는 시지융 미시간주립대 미생물·분자유전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중국 광저우 하중도 두 곳에서 야생 흰줄숲모기 개체수를 최대 94%가량 떨어뜨리는 성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광저우 하중도는 중국에서 뎅기열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연구진은 앞서 모기 퇴치에 사용한 방사선 조사와 볼바키아 박테리아 감염 방식을 동시에 사용했다.

방사선 조사 방식은 방사선을 쏘여 불임으로 만든 수컷 모기를 방사해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함으로써 알을 못 낳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모기가 다른 야생 수컷 모기와 비교해 짝짓기 경쟁력과 생존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식은 모기 기생균인 볼바키아를 수컷에 감염시켜 번식을 억제한다. 볼바키아는 자연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모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을 감염시켜 생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이 감염되지 않은 암컷, 또는 다른 종류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컷과 짝짓기해도 불임이 된다. 다만 같은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수가 짝짓기를 하면 생식에 성공한다. 이 때문에 수컷 모기에만 볼바키아를 감염시켜 방사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모기의 암수를 구분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재 암수 구분 기술은 0.3% 오차가 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감안해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흰줄숲모기의 야생형 개체군은 자연계에서 두 가지 계열의 볼바키아에 감염된다. 연구진은 제3의 볼바키아를 감염시킴으로써 세 가지 변이체를 보유한 실험용 집락을 만들었다. 이후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암컷은 불임이 되고 수컷의 짝짓기 능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모기를 방사하면 기존 방식 대비 생식 억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형된 수컷과 짝짓기하는 야생 암컷, 실험실에서 불임이 된 암컷과 짝짓기하는 야생형 수컷이 모두 자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람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암컷 모기 성체 개체군 감소를 추적했다. 2016년에 83%, 2017년에는 94% 감소했다.

다음 도전은 모기 박멸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모기를 박멸하면 다른 지역에서 모기가 이주하는 사례가 많았다. 더 많은 변형 모기를 생산하고 생태계 이상 징후 등을 면밀히 살피는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